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빙상은 ‘역대 최약체’라는 우려를 샀다.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로 자리 잡은 황대헌(23·강원도청)은 그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주역 중 한 명이다. 황대헌은 편파 판정 논란을 딛고 1500m 챔피언에 오르며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남자 5000m 계주에선 동료와 힘을 합쳐 12년 만의 메달을 이끌었다.

한국 남자쇼트트랙 에이스인 황대헌은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이었던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온 힘을 쏟아붓고 돌아왔다. 그는‘역대 최약체 국가대표팀’이라는 우려를 1500m 금메달과 남자 계주 은메달로 씻어냈다. /대한체육회

지난 18일 귀국한 황대헌은 집에서 짧은 휴식을 마치고 21일 오후부터 다시 운동에 나섰다. 25일 막을 여는 동계체전과 다음 달 세계선수권대회(캐나다 몬트리올)를 바라본다. 오는 27일 진천선수촌에 입촌할 예정인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집에 오니 이제야 좀 쉬는 느낌이 든다. 이틀간 거의 침대에서만 있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베이징 금메달은 장식장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올려두고 아직 한 번도 꺼내보지 않았어요. 부모님은 긴 말은 않으시고 ‘수고 많았다’고만 하셨고요. 그런 거 있잖아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정말 기쁜 게 겉으로 드러나는….”

이번이 두 번째 올림픽이었던 황대헌은 “평창 때는 어린 나이에 많이 힘들어했다면,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안 좋은 일(실격 판정)이 있었지만 저 자신을 믿었던 대회”라고 했다. 그는 “다른 종목 경기장에 가서 구경하고 응원해보고 싶었는데, 그걸 못 한 게 가장 아쉽고 아직도 마음에 남는다”며 “우리 종목(쇼트트랙)이 경기하고 하루 쉬고, 경기하고 하루 쉬고 이런 패턴이라 좀 쉬면서 다른 종목 선수들을 응원할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특히 황대헌은 이번 대회 혼성 계주와 500m·1000m·1500m·5000m 계주 등 남자 전 종목에 출전했다. 많은 경기 수만큼이나 기억에 남는 일이 많을 그에게 ‘이번 대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첫째는 포디움(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애국가를 들었을 때고, 둘째는 동료들과 다 같이 포디움에 섰을 때”라고 했다. 그는 다섯 명이 함께 하트를 그린 ‘인간 오륜기’ 세리머니에 대해 “함께 세리머니 논의를 하면서 ‘멋있는 게 뭐가 있을까’ ‘그냥 하지 말까’ 하다가 내가 아이디어를 냈다. 대회를 다 같이 즐겼다는 뜻”이라고 했다.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 황대헌

그와 반대로 ‘잊고 싶은 순간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없다. 진짜 없다”고 단언했다.

“탈락하고 실격당한 순간조차 잊고 싶지 않아요. 모두가 꿈꾸고 목표로 하는 올림픽 무대잖아요. 필요 없는 기억,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란 없어요. 전부 다 기억에 남기고 싶어요.”

황대헌은 실격에 대해 이야기할 때 오히려 목소리가 더 밝아졌다. 1000m와 500m 모두 준결승에서 추월하다가 실격당했던 그는 “머뭇거리고 주춤하기보단 일단 한번 해보자는 게 내 생각”이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저 성공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1000m는 제가 실격당하고 싶어서 실격당한 게 아니라 잘 모르겠어요. 하하. ‘어, 이게? 이럴 수도 있네?’ 하고 넘겼고, 다시 한번 의지를 다지려고 전부터 알고 있던 마이클 조던의 말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어요. 500m에서 추월할 땐 ‘시도해보고 실패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죠.”

그는 이번 대회에 스스로 점수 80점을 매겼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뭔가 아쉬움이 있어야 다시 노력을 하게 되니까 ‘20점의 아쉬움’을 남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쇼트트랙 하면 황대헌이란 이름이 나오는 게 선수 생활 목표고, 또 쇼트트랙이 더 사랑받는 종목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사건·사고를 겪고 여러 선수가 이탈했다. 한때 대표팀을 걱정했던 시선이 많았다. 황대헌은 이에 “많이 응원해주시고 지켜봐 달라”고 했다.

“우리나라가 빙상 강국이라고 느끼는 순간이 국가대표 선발전이에요. 출발선에 서면 한쪽은 세계 랭킹 1위, 다른 한쪽은 올림픽 메달리스트예요. 누구나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선수들이고, 안 좋은 일이 있더라도 다들 피나는 노력을 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좋은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