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에서 빈손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던 영국 대표팀이 굴욕을 면했다. 폐막일(20일)을 나흘 앞두고 하나의 메달도 목에 걸지 못하다가, 17일 남자 컬링 준결승에서 미국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이날 저녁 9시 5분(한국 시각) 열린 동계올림픽 남자 컬링 준결승에서 영국은 미국을 상대로 8대4 승리를 거두며 은메달을 확보했다. 캐나다를 5대3으로 이긴 스웨덴과 19일 금메달을 두고 맞붙는다.
남자 컬링 준결승이 열리기 전까지 영국 대표팀은 ‘노메달’ 위기에 처해 있었다. 하계올림픽에서 미국·중국과 함께 강력한 3강 구도를 구축해 온 영국을 두고 현지 언론들 역시 “영국 대표팀, 빈손으로 돌아올 위기에 처하다” “30년 만의 최악의 올림픽”이라는 등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올림픽 대표팀이 메달 획득에 실패하는 것이 이례적이지는 않지만, 하계뿐 아닌 동계에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보여준 영국이기에 아쉬움이 크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영국은 동계 대회 역사상 32개 메달(금 11·은 4·동 17)을 따냈다. 노메달로 자국 땅을 밟은 것은 30년 전 프랑스 알베르빌 대회 때가 마지막. 비록 고전 끝에 노메달을 면했지만, 베이징으로 떠나기 전 “5개(평창 동계올림픽 기록)보다 많은 메달을 따오겠다”고 약속했던 이들에게 먹구름이 드리운 건 사실이다. 영국 가디언은 “1992 알베르빌의 악몽이 꿈틀거린다”며 “매 대회 큰 영광을 가져다준 대표팀이지만, 이번엔 실패라는 이상한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특히 스켈레톤 종목은 2002 미국 솔크레이시티 대회 이후 매번 메달 획득에 성공하며 영국의 간판 종목으로 부상했지만, 이번 대회에선 저조한 성적에 그쳤다. 평창 동메달리스트 로라 디즈(여·34)가 본선 25명 중 19위, 미래의 스타로 주목받았던 브로건 크롤리(여·28)는 21위로 경기를 마쳤다. 로라 디즈는 “더 좋은 결과를 전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눈물을 참았다.
영국 아이뉴스는 “모든 운동선수는 목표와 결과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 팬들은 메달 획득 여부에 관심을 쏟고 있다”며 “영국 대표팀의 선수 50명은 아무 것도 해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영국은 이번 대회에 11종목 50명의 선수를 출전시켰다. 그중에서 메달의 희망이 남아 있는 종목은 많지 않다. 여자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팀 조 앳킨은 18일 오전 하프파이프 결승에 나선다. 남자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팀 거스 켄워시도 17일 예선에서 12위를 기록해 결승 티켓을 턱걸이로 따냈다. 그는 19일 메달 사냥에 도전한다.
가까스로 4강에 오른 영국 여자 컬링팀은 18일 저녁 스웨덴과 결승행을 두고 맞붙는다. 동메달을 노린 혼성 컬링은 3·4위전에서 졌다. 이들이 영국의 저조한 성적을 극복하고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위기에 처한 자국 대표팀의 성적을 두고 가디언은 다음과 같이 자평했다. “우리는 올림픽 메달 획득 성공에 너무 오랫동안 취해왔을지 모릅니다. 비틀거리고, 부족하고, 그리고 다시 일어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잊고 있었을 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