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종목에서 ‘왕따 주행’ 논란에 휩싸였던 김보름(29·강원도청)이 노선영(33·은퇴)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김보름은 “평창올림픽을 미련없이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심경을 전했다.
김보름은 17일 인스타그램에 2018년 2월 24일 평창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딴 후, 태극기를 들고 눈물을 흘리는 자신의 사진을 올린 뒤 이같이 밝혔다.
김보름은 “누구보다 스케이트란 운동에 미쳐 있었다”며 “‘스케이트가 없으면 나도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고 배운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잘하는 것도 스케이트 하나뿐이었다. 그래서 죽기 살기가 아닌, 죽어보자 마음먹고 평창올림픽을 준비했었다”고 했다.
이어 “지금 생각해 봐도 평생 동안 내가 그 이상으로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수많은 고통을 참아가며 최선을 다해 운동했다. 그만큼 나에겐 너무 간절한 올림픽 무대였고 너무 갖고 싶었던 올림픽 메달이었다”고 했다.
김보름은 “2018년 2월 24일. 내 몸은 내가 노력했던 그 시간들을 기억하고 있었다”며 “그 이후 4년. 정말 많이 힘들었고 포기하고 싶었다. 제일 힘들었던 건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채 거짓이 진실이 되고 진실이 거짓이 되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재판을 시작하게 됐고, 그날 경기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이 이제야 밝혀지게 됐다”고 했다.
이어 “내가 겪었던 일들을 계기로 앞으로는 이런 피해를 보는 후배선수들이 절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처와 아픔은 평생 사라지지 않겠지만 오늘로써 조금 아주 조금 아물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
김보름은 “모두에게 지나간 일이겠지만 나는 아직도 그 시간 속에 머물러 있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때의 기억들은 나를 늘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한다”며 “그때의 그 아픈 감정은 세상 그 어떤 단어로도 표현이 안될 만큼 힘들었고 고통스러웠다. 공황장애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해 경기 트라우마까지 생겨 아직도 시합 전에 약을 먹지 않으면 경기를 할 수가 없다. 지금도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가 심리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반드시 이겨내서 이번 경기도 무사히 마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이렇게 지나간 나의 평창올림픽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너무 너무 아프지만 이제야 그 평창올림픽을 미련없이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며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게 됐고 경기는 이틀 뒤로 다가왔다. 비록 지금 4년전 기량에 비해 부족하더라도 이번 올림픽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물론 평창에서 보여드리지 못했던 나의 밝은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내 마음속에 머물러 있던 평창. 이제 진짜 보내줄게. 안녕, 평창 잘가”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전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황순현 부장판사)는 김보름이 노선영을 상대로 2억원을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김보름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김보름은 “한국체육대학교(한체대) 및 대표팀 선배인 노선영에게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폭언·욕설 등 괴롭힘을 당했고, 평창 올림픽 당시 노선영의 허위 주장으로 국민적 비난에 시달려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위자료로 1억원을 청구했다. 또 “노선영의 행위로 평판이 훼손돼 의류 브랜드 협찬 계약 연장이 무산됐고, 그 외 각종 브랜드 광고 계약도 무산돼 3억원 넘는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며 1억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노선영이 2017년 11~12월 후배인 김보름에게 폭언, 욕설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단 2017년 11월 이전에 가해진 폭언은 소멸시효가 지나 배상 범위에서 제외됐다. 또 재판부는 명예훼손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 배상 청구 등도 모두 기각했다. 김보름은 받은 위자료 300만원은 모두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보름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핑 팀 추월 8강에 노선영, 박지우와 함께 출전했다가 ‘왕따 주행’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경기에서 김보름과 박지우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노선영이 한참 뒤처져 들어왔는데 김보름이 “뒤에(노선영이) 저희랑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조금 아쉽게 나온 것 같다”고 웃으면서 말해 왕따 논란이 불거졌다. 노선영도 김보름이 따로 훈련을 받는 등 특별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해 논란은 거세졌다.
약 1년 뒤 김보름은 오히려 자신이 노선영으로부터 훈련 방해, 폭언 등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2020년 11월 노선영을 상대로 2억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한편 김보름은 오는 19일 베이징 올림픽 매스스타트 준결승에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