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스노보더는 건재했다. 미국의 닉 바움가트너(40)는 10일 남자 스노보드 크로스 16강에 오르고 나서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이게 내가 말하던 거라고!” 하지만 8강 진출엔 실패했다. 4조 4명 중 3위로 레이스를 마친 바움가트너는 팬들을 향해 “미안하다”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바움가트너는 미국 올림픽 대표팀 맏형이자 역대 올림픽 최고령 스노보더다. 2010 밴쿠버 대회 때 28살의 나이로 처음 출전한 뒤 올해까지 네 번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세계선수권에선 2009년 강원도 횡성 대회를 포함해 동메달 2개를 땄는데, 올림픽에선 2018 평창 대회 4위가 최고 성적이다. 스노보드 크로스는 언덕(모굴)과 가파른 곡선 구간, 점프대를 통과해야 하는 익스트림 스포츠로 강한 근력이 필요하다. 이번 베이징 대회 스노보드 크로스에 출전한 32명의 평균 나이는 26세였다. 조카뻘 선수들과 경쟁하면서도 바움가트너는 아직 은퇴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는 “선수 생활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몸이 버텨주는 한 계속 보드를 탈 것이다. 2026년 올림픽까지 버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르(36)는 이번까지 다섯 번 올림픽에 나섰다. 자신의 주종목인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는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 2018년 평창에서 3연패를 일궜다. 하지만 6일 열렸던 5000m에선 9위에 머물렀다. 금메달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크라머르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더 나은 기록을 예상했지만, 몸이 좋지 않았다”면서도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오늘이 아니라 지난 15년에 대해서다”라고 했다. 메달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는 “스케이트를 타는 건 이기기 위해서다. 15일 열리는 팀추월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했다.
프랑스의 요한 클라레(41)는 지난 7일 알파인스키 활강 2위를 하며 역대 올림픽 알파인스키 최고령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네 번째 올림픽 도전에서 생애 첫 입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올림픽 메달을 딸 단 한 번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라는 생각으로 달렸다. 최고의 날”이라고 했다.
출전 자체가 ‘역사’인 선수도 있다. 독일의 클라우디아 페흐슈타인(50)은 지난 5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 경기에 나서면서 동계올림픽 역대 최고령 여자 선수가 됐다. 20명의 선수 중 최하위를 했는데도 환한 미소로 관중석을 향해 손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20세였던 1992 알베르빌 대회부터 2006 토리노 대회까지 통산 금 5, 은 2, 동 2개를 수집한 페흐슈타인은 “자랑스럽고 행복하다. 마치 승리한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22일 만 50세 생일을 맞는 ‘전설’은 19일 여자 매스스타트에 나서 다시 레이스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