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대표 케이시 도슨(22)은 지난 3주 동안 코로나 검사를 45차례나 받았다. 지난달 초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10여 차례 검사 끝에 겨우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중국 정부에서 승인한 검사 장소에서 4회 연속 음성이 나와야 올림픽 출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다시 추가 검사를 받아야 했다. 도슨은 검사 일정이 늦어지면서 지난 6일 열린 베이징올림픽 남자 5000m에 출전하지 못했고, 베이징행 직항편을 구하지 못해 44시간 비행 끝에 1500m 경기가 열리는 8일 아침에야 베이징에 도착했다. 비행기 환승 과정에서 스케이트를 분실한 도슨은 경기장에서 다른 선수의 스케이트를 빌려 출전했고, 결국 29명 중 28위로 경기를 마쳤다. 폴란드 쇼트트랙 여자 대표 나탈리아 말리셰프스카(26)는 베이징 도착 후 양성 판정을 받아 500m 경기 출전이 좌절됐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새벽 3시에 아무도 내게 상황을 설명해주지 않은 채 검사를 받는데 구급차에서 미친 듯이 울었다”며 “이번 일로 4년을 준비한 올림픽 무대를 망쳐 정신적으로 피해가 크다”고 했다.

미국의 케이시 도슨은 코로나 검사를 45차례 받고 스케이트 분실 사고까지 겪는 우여곡절 끝에 8일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AP연합뉴스

베이징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이전 대회에선 상상할 수 없던 멘털(정신) 싸움을 펼쳐야 한다. 중국 방역 조치로 선수촌에 갇혀 외출도 못 하는 바람에 가족·지인과 만나지 못하고, 매일 PCR 검사를 받고, 포옹이나 악수도 마음껏 할 수 없는 감옥 같은 생활이 이어지면서 극도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호소한다. 여기에 대회 초반 불거진 판정 논란과 성적에 대한 중압감까지 겹쳐 ‘멘붕(멘털 붕괴)’에 빠지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평창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잔 코시르(38·슬로베니아)는 지난달 말 중국 도착 직후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됐다. 격리 생활로 컨디션 조절이 어려웠던 코시르는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 16강에서 탈락했다. 그는 “방에 갇혀서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어 마음이 힘들었다”고 했다. 올림픽 통산 2개 금메달을 목에 건 미 봅슬레이 여자 대표 카일리 험프리스는 “팀 동료들이 코로나에 걸려 격리되는 모습을 보면서 불안감을 지우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성적 압박도 선수들에겐 큰 짐이 되기도 한다. 미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알파인스키 여자 대표 미케일라 시프린은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2차례 연속 실격을 당했다. 예상치 못한 심판 판정도 선수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일본 스키점프 여자 대표 다카나시 사라(26)는 혼성 단체에서 1차 시기에 복장 규정 위반으로 실격당한 뒤 2차 시기에서 착지 직후 울음을 터뜨렸다.

이런 상태 때문에 각국 선수단은 선수들의 멘털을 잡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대표팀은 정신과 전문의와 정신 건강 전문 치료사(세러피스트)를 선수단에 상주시키며 24시간 상담을 받도록 하고 있다. 미국 대표팀 선수 200여 명이 1차례 이상 불안·우울증·섭식 장애·수면 장애에 관한 정신 건강 검진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대한체육회가 코로나 대응팀과 더불어 선수들의 정신 상태를 돌볼 심리 상담사를 선수단에 파견했다. 조슈아 노먼 오하이오주립대 교수(스포츠 정신의학과)는 “미 여자 체조 시몬 바일스가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성적 중압감으로 기권한 이후 올림픽 선수들이 이전과 달리 신체 부상뿐 아니라 정신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외부에 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