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데르 아모트 킬데, 미케일라 시프린. /로이터 뉴스1, AP 연합뉴스

7일 오전 10시 중국 베이징 옌칭 국립 알파인스키센터 경기장. ‘스키 여제’ 미카엘라 시프린(27·미국)의 역주를 지켜보던 외국 취재진과 관중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시프린이 일곱 번째 기문을 지나던 중 ‘삐끗’ 미끄러지며 다음 기문 사이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좀처럼 실수하지 않는 시프린이어서 더 충격으로 다가왔다. 시프린은 더는 속도를 내지 않고 레이스를 포기하면서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설산을 내려왔다.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여자 대회전 금메달을 목에 걸고 2연패(連覇)를 노리던 시프린이 중도 포기로 실격을 당했다. 시프린의 강점은 안정성이다. 지난 11년 동안 모든 종목 229경기에 출전해 완주하지 못한 건 14차례에 불과했다. 더구나 지난 4년 동안 딱 3번 레이스를 포기했다.

설산에서 내려와 취재진을 만난 시프린은 “정말 실망스럽다.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버렸다”며 “작은 실수 하나 때문에 망쳐버렸다”라고 실망감을 표했다. 그러나 곧이어 “우는 것은 에너지 낭비일 뿐이다. 보다시피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는 게 올림픽”이라며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시프린은 국제스키연맹(FIS)이 주관하는 월드컵에서 통산 73승을 따냈다. 현역 중 1위, 역대 3위다. 그중 회전(47회) 다음으로 승리를 많이 따낸 종목이 대회전(14회)인데, 이날 실수로 금메달 꿈이 날아갔다.

시프린이 실격당하고 약 2시간 뒤, 그의 남자친구인 알렉산데르 아모트 킬데(30·노르웨이)가 약 1㎞ 떨어져 있는 활강 경기장에서 역주를 시작했다. 시프린만큼의 이름값은 아니지만, 월드컵 통산 12번 승리, 이번 시즌 남자 활강 월드컵 랭킹 1위를 달리는 스타다. 그러나 킬데 역시 1분43초20으로 5위에 머무르며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세계 최강의 ‘스키 커플’이 나란히 쓴맛을 본 셈이다. 킬데는 8일 수퍼대회전, 시프린은 9일 회전에서 명예 회복에 나선다.

이번 대회에선 경기장의 눈이 역대 올림픽 최초로 인공 눈 100%여서 그 설질(雪質) 적응에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프린은 인공 눈을 핑계 삼기 싫었던 듯 “설질은 무척 좋았다”고 했지만, 실제로 이날 출전 선수 82명 중 21명(25.6%)이 1차 시기에서 결승 라인을 통과하지 못했다. 우승 후보 중 하나였던 마르타 바시노(26·이탈리아)도 1차 시기 초반 넘어지면서 중도 포기했다. 시프린의 라이벌 관계를 이루는 페트라 블로바(27·슬로바키아)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해 14위에 머물렀다. 한국 강영서(25)도 중도 포기했다.

2018년 평창 대회 때 10위였던 사라 헥토르(30·스웨덴)가 실력자들이 고전하는 틈을 타 1분55초69로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김소희(26)는 1, 2차 시기 합계 2분07초22로 출전 선수 82명 가운데 33위에 올랐다. 남자 활강에선 베아트 포이츠(35·스위스)가 1분42초59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메달 요안 클라레(41·프랑스·1분42초79)와 불과 0.1초 차이였다.

/옌칭=이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