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 한국과 이란의 경기가 열렸다. 골을 성공시킨 손흥민이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상암=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만 18세였던 소년은 2010년 끝자락을 평생 잊지 못한다. 첫 A대표팀에 발탁됐기 때문이다. 손흥민(30·토트넘)은 시리아와의 친선경기에 후반 시작하자마자 김보경과 교체돼 45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24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 한국과 이란의 경기가 열렸다. 골을 성공시킨 손흥민이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상암=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이후 조광래 전 감독과 최강희 전 감독 체제에서도 계속 태극마크를 달았다. 다만 역할은 백업이었다. 당시 해프닝도 있었다. 손흥민의 부친 손웅정씨는 조 전 감독에게 출전시간이 적은 아들의 기용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헌데 손흥민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을 마치고 홍명보 전 감독이 선임된 뒤 A대표팀에 부름을 받지 못했다. A매치 의무 차출 대회가 아닌 동아시안컵은 그렇다쳐도 홍 전 감독 부임 이후 첫 친선경기였던 페루전에도 발탁되지 않았다.

홍 감독은 자신이 지휘했던 연령별대표팀과 런던올림픽대표팀에 손흥민을 발탁하지 않았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한 시즌 12골을 터뜨리며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던 손흥민을 뽑지 않는 건 의아할 정도였다. 당시 홍 감독은 "개인 능력은 뛰어나지만, 동료들과의 연계 플레이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때까지만해도 손흥민의 플레이는 설익었다. 무엇보다 2015년 토트넘으로 둥지를 옮기고 나서도 '빨간' 손흥민과 '하얀' 손흥민은 '극과 극'이었다. 소속 팀에선 '펄펄' 날았고, 대표팀에선 부진했다. 물론 환경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지만, 손흥민이 2018년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터뜨린 골은 8경기에서 1골에 불과했다.

하지만 본 무대에선 구름 위를 걸었다. 러시아월드컵에서 '월드 클래스' 기량을 뽐낸 것을 계기로 손흥민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에이스로 우뚝 섰다. 더 이상 '빨간' 손흥민이 '하얀' 손흥민보다 못하다는 얘기를 듣지 않는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6경기에서 4골을 터뜨렸다. 한국 축구의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한국축구 역사도 다시 쓰고 있다. 역대 월드컵 최종예선 개인 통산 최다골을 겨냥하고 있다. 손흥민은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에서 4골을 넣었고, 이미 2014년 브라질 대회와 2018년 러시아 대회 최종예선에서도 각각 1골씩 득점해 모두 6골을 기록 중이다. 이근호(대구FC)와 함께 공동 2위.

한국 선수 중 역대 월드컵 최종예선 개인 통산 득점 1위는 최용수(현 강원FC 감독)다. 최용수는 1998년 프랑스 대회 최종예선에서 8경기 7골을 몰아쳐 이 부문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손흥민이 오는 29일 UAE와의 최종예선 최종전에서 1골을 더 넣으면 최용수와 공동 1위가 된다. 2골 이상 득점포를 가동할 경우 단독 1위에 올라선다.

손흥민은 최종예선 뿐만 아니라 월드컵 예선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통산 15골로 역대 모든 한국 선수들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12골을 기록한 박주영(울산 현대)이다.

손흥민의 발에 벤투호의 신기록도 달려있다. 벤투호는 28승으로 역대 대표팀 사령탑 단일 재임기간 최다승을 기록 중이다. 특히 월드컵 최종예선 9경기를 치르면서 7승2무, 승률 78%를 하고 있다. 사상 최다 승률을 눈앞에 두고 있다. 5~6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리그 방식으로 최종예선을 치르기 시작한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한국이 거둔 역대 최고 승률이다.

지금까지 승률이 가장 높았던 건 1998년 프랑스 대회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때의 75%. 차범근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던 당시 대표팀은 8전 6승1무1패를 기록했다.

벤투호가 29일 UAE전에서 승리하면 80%의 승률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