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언더독. 나를 증명하고 싶었다.”

한국농구의 베테랑 귀화선수 라건아(KCC)가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입증했다.

라건아는 21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승제) 1차전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85대75로 승리하는데 앞장섰다.

전창진 감독도 "일등공신"이라고 가장 먼저 칭잔했다. 특히 이날 경기는 6강 PO에서 눈부신 활약으로 화제를 모았던 조나단 모트리(전자랜드)와의 대결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라건아는 경기 초반부터 모트리를 꽁꽁 묶으며 기선 제압에 성공한 뒤 모트리 돌풍을 잠재웠다. 기록지로는 모트리가 24득점-12리바운드, 라건아가 23득점-19리바운드로 비슷해 보이지만 모트리의 득점은 승부가 거의 기운 상황에서 나온 것이었고, 경기 내내 리드를 이끌도록 한 것은 라건아가 모트리를 완벽하게 매치업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라건아와의 인터뷰 요지.

-모트리가 6강에서 화제였는데 오늘 완전히 압도했다.

▶미디어에서 원하는 기사를 쓰는 것은 이해한다. 그런데 나는 매년 '언더독'이었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다. 나를 다시 한 번 증명하기 위해 오늘같은 플레이를 펼쳤.

이어 '언더독'은 어떤 의미로 쓴 말이냐라는 질문이 추가됐다. 여기에 통역 담당 직원은 "다른 선수들에 대해서는 잘 한다고 띄워주는 기사가 자주 나오는데 나(라건아)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 선수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자신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에 서운함을 나타낸 것이고 그런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뛰었다는 의미다.

-모트리에 대해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따로 준비한 게 있나.

▶특별히 공부한 것은 없다. 6강 PO를 보면서 관찰을 많이 했다. 이 선수가 좋아하는 움직임을 관찰하며 대비책을 생각했다. NBA급 선수여서 막는다는 것보다 방해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수비했다. 우리 팀 가드 선수들 도움도 많이 받았다. 정창영 등이 스크린으로 도움을 많이 준 덕분에 모트리를 쉽게 막을 수 있었다. 전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