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가 끝내 전북 현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또다시 빅매치에서 치명적인 실수가 승부를 갈랐다. 15년만의 우승 꿈이 멀어져가고 있다.
리그 선두 울산은 25일 오후 4시30분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0' 26라운드 리그 2위 전북과의 홈경기에서 0대1로 패했다.
올 시즌 울산은 전북에 2전패했다. 울산은 25라운드까지 단 3패를 기록했고, 이중 2패가 전북전이었다. 11라운드 대구전 이후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울산은 9월 이후 파이널라운드에서 대구에 비기고 포항에 패하며 위기를 맞았다. 직전 경기에서 울산은 포항에 0대4로 지고, 전북은 광주에 4대1로 대승하면서 1-2위팀의 승점이 같아졌다.
이날 맞대결은 사실상의 우승 결정전이었다. 울산은 전북과의 1차전에서 신진호의 부상, 김기희의 퇴장 악재로 무너졌다. 2차전에선 변칙 전술이 실패했다. 절체절명의 마지막 승부, 김도훈 울산 감독은 "잘하는 것을 자신 있게, 담담하게 하겠다"고 했다. 울산에 강했던 '절대 1강' 전북은 여유 있는 미소로 "이런 경기를 하게 돼 즐겁다"며 우승DNA를 뽐냈다. 그리고 90분 후 결과는 결국 전북의 승리였다.
15년만의 우승을 위해선 반드시 이겨야 사는 전쟁, 울산은 '빛현우' 조현우가 폭풍선방을 펼치며 분투했지만 후반 단 한번의 수비 실책이 승부를 갈랐다. 지난해 최종전에서 전북에 역전우승을 내준 악몽이 또다시 재현됐다.
▶라인업
-울산(4-1-4-1): 조현우(GK)/홍 철-김기희-정승현-설영우/원두재/김인성-신진호-윤빛가람-이청용/주니오
-전북(4-1-4-1): 송범근(GK)/최철순-김민혁-홍정호-이 용/손준호/조규성-이승기-쿠니모토-한교원/구스타보
▶전반: K리그 1-2위다운 빅뱅… 조현우 PK 선방
전반 초반 울산이 점유율을 가져갔지만 전북은 날선 닥공으로 맞섰다. 전반 7분 주니오의 단독 쇄도 찬스를 전북 수비가 막아섰다. 전반 15분 이 용의 크로스에 날이 섰다.전반 16분엔 김민혁의 슈팅이 골대를 강타했다. 빠른 템포, 일진일퇴의 공방이 뜨거웠다. 전반 22분 윤빛가람의 수비벽을 훌쩍 넘긴 날카로운 프리킥이 골대를 강타했다. 전반 24분 전북 이승기의 슈팅을 조현우가 받아냈다.
전북은 이승기, 이 용의 오른쪽 라인을 중심으로 맹공을 이어갔다. 캡틴 신진호, 김인성이 풍부한 활동량으로 전북을 막아섰다. 전반 35분 울산에 아찔한 상황이 나왔다. 김인성의 핸드볼 파울이 선언됐다. 전북 골잡이 구스타보가 11m 골대 앞에 섰다. 그러나 울산에는 '빛현우' 조현우가 있었다. 구스타보의 슈팅과 동시에 조현우가 전광석화처럼 오른쪽으로 몸을 던지며 막아섰다. 울산의 수호신이었다. 울산문수월드컵 경기장에 우레와 같은 클래퍼 박수가 뜨겁게 울려퍼졌다.
전반 44분 전북의 역습, 반박자 빠른 조규성의 발리 슈팅이 골대를 강타했다. 전반 추가시간, 주니오의 박스 안 크로스에 이은 이청용의 회심 슈팅이 골대를 벗어나며 휘슬이 울렸다. 리그 1-2위다운 100% 경기력. K리그 팬들이 환호하기에 충분한 경기력이었다. 전반 45분이 눈깜짝할 새 지나갔다.
▶후반: 울산, 뼈아픈 실책 '빅게임 징크스'… 자력우승 무산
후반 울산은 강공으로 나섰다. 안방 팬들 앞에서 승리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최전방 주니오가 기민하게 움직였다. 후반 8분 한교원의 터닝슈팅이 크로스바를 넘겼다. 후반 9분 모라이스 전북 감독은 조규성을 빼고 발 빠른 바로우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13분 바로우의 크로스에 이은 한교원의 헤더를 울산 수문장 조현우가 또다시 막아냈다. 이 용의 크로스에 이은 홍정호의 헤더도 빗나갔다. 울산도 강하게 맞섰다. 후반 14분 김인성의 문전쇄도에 이은 슈팅이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그러나 후반 18분 울산 수비라인의 어이없는 실책이 나왔다. 울산 김기희의 백헤더가 뒤로 흐르는 순간 전북의 발빠른 바로우가 쇄도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천하의 조현우도 손 쓸 수 없는 상황이엇다. 후반 21분 김도훈 감독은 이청용을 빼고 이근호를 투입해 변화를 꾀했다. 후반 23분 주니오의 슈팅을 송범근이 막아섰다. 후반 27분 울산은 신진호 대신 김태환을 투입하며 공세를 높였다. 후반 30분, 전북은 쿠니모토를 빼고 김보경을 투입했다. 김보경이 '친정' 울산의 골대를 겨눴다. 김도훈 감독은 후반 38분 주니오를 빼고 왼발의 이동경을 투입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43분 전북 이 용의 파울로 얻어낸 프리킥, 윤빛가람의 킥이 또다시 골대를 강타했다. 후반 추가시간 윤빛가람의 슈팅도 아쉽게 불발됐다. 끝내 동점골은 터지지 않았다.
사실상의 결승전이었던 이날, 전북은 울산을 꺾으면서 사상 첫 4연패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우승을 향한 9.5부 능선을 넘었다. 이제 울산의 자력우승은 불가능하다. 내달 1일 마지막 광주와의 홈경기를 잡고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전북이 대구와의 최종전에서 비기거나 이길 경우, 즉 패하지만 않는다면 역전우승이 확정된다. 누구에게도 져서는 안되는 팀, 잡아야할 경기는 반드시 잡고 마는, 전북의 무시무시한 우승 DNA가 이번에도 결국 통했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