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펜싱 남자사브르 국가대표 김정환 선수

'펜싱 어벤저스의 맏형' 김정환(37·국민체육진흥공단)이 드디어 결혼한다.

김정환은 20일 오후 6시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시어터홀에서 4살 연하의 항공사 승무원 변정은씨(33)와 1년여의 열애 끝에 백년가약을 맺는다.

'세계 최강' 남자펜싱 사브르 대표팀의 맏형 김정환은 2012년 런던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비롯, 2018년 중국 우시세계선수권 2관왕,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금메달을 줄줄이 휩쓴 '그랜드슬래머'이자 자타공인 '리빙레전드'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페어플레이, 승패와 무관하게 상대를 존중하는 반듯한 매너로 팬들 사이에 '펜싱신사'라는 별명으로 회자돼 왔다. 2016년 리우올림픽 3-4위 결정전에선 불리한 심판 판정에 굴하지 않는 페어플레이로 남자 사브르 개인전 유일의 동메달을 목에 걸며 리우 현지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고, 리우올림픽 직후 체육인 최고의 영예 청룡장을 받았다.

'펜싱 어벤저스' 후배들과 마지막 도쿄올림픽 도전을 위해 은퇴 결심을 되돌렸던 김정환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올림픽이 1년 미뤄진 시기, 결혼 소식을 전했다.

사진출처=FIE

김정환은 "작년에 친구 커플의 소개로 예비신부를 만났다. 단아하고, 이해심 많고, 무엇보다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며 결혼을 결심한 배경을 전했다. 2009년 아들의 길을 무한지지해주셨던 '멘토'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후 홀어머니를 모셔온 김정환은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누구보다 기뻐하시고 아내를 정말 예뻐하셨을 텐데, 결혼할 때가 되니 아버지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며 절절한 사부곡을 전했다. "외아들이라 표현을 잘 못하는 편인데, 예비신부가 어머니께 살갑게 잘하는 모습이 너무 고맙고 예쁘다. 예비신부 덕분에 효자가 된 것같다"며 각별한 고마움을 전했다. "장인, 장모님께서도 정말 잘해주시고 사랑해주신다. 감사드린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김정환은 펜싱선수들을 위해 진심 어린 지원을 아끼지 않는 최신원 대한펜싱협회장(SK네트웍스 회장)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원래 다른 식장을 알아봤었는데, 회장님께서 왜 굳이 다른 데로 가냐면서, 그랜드워커힐 식장(SK네트웍스 운영)을 직접 추천해주셨다. 저뿐만 아니라 펜싱선수들을 향한 애정이 어마어마하시다. 세심하게 마음을 써주셔서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결혼준비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고개 숙였다. 코로나 안전수칙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49명의 하객만 초청하게 됐다. 김정환은 "감사드릴 분들이 너무 많고, 친지, 친구들, 동창, 선후배들도 정말 많은데 다 모시지 못해 너무 아쉽고 송구하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꼭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결혼식 후 신접살림은 본가 인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차릴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진천선수촌 소집이 불가한 상황, 소속팀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쉼없이 구슬땀을 흘려온 김정환의 내년 도쿄올림픽은 아내, 새로운 가족들과 함께다. '어벤저스' 후배들과 단체전 금메달, 개인적으로는 3대회 연속 메달을 목표 삼았다.

김정환은 "몇 주전까지만 해도 똑같이 연애하는 기분이었는데 결혼식이 다가오니 이제 실감이 난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했다. "사실 그동안 싱글로 각종 대회에 나가면서 외로운 줄도 모르고 운동만 했다. 하지만 이제 내가 잘하게 되면 나보다 더 행복해하고 기뻐하고 축하해 줄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에 감사하고 신이 난다. 앞으로 펜싱을 더 열심히 해야할 것같다"며 눈을 빛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