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여자 단식 최강자 안세영(24·삼성생명)이 생애 첫 아시아선수권 정상에 오르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은 12일 중국 닝보에서 열린 2026 아시아개인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세계 2위 왕즈이(중국)를 2대1(21-12 17-21 21-18)로 꺾었다. 지난달 전영 오픈 결승전에서 당한 패배를 한 달 만에 설욕하면서 상대 전적(19승 5패)도 차이를 더 벌렸다.
안세영은 이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배드민턴에서 그랜드 슬램은 올림픽, 세계선수권, 대륙 선수권, 대륙 종합경기대회(아시안게임) 우승을 가리킨다. 그는 그동안 아시아선수권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2022년 동메달, 2023년 은메달에 이어 2024년에는 8강 탈락, 지난해에는 부상으로 불참했다.
2017년 12월, 만 15세에 처음 성인 국가대표로 발탁된 안세영은 약 8년 5개월 만에 그랜드 슬램 위업을 이뤘다. ‘천재 소녀’로 기대를 모았던 그는 2018년 아시안게임 32강 탈락, 2021년 도쿄 올림픽 8강 탈락 등 성장통을 겪었다. 이후 체력을 기르기 위해 고된 레슬링 훈련을 자청하는 등 절치부심했고, 타고난 수비력에 지구력과 공격력이 더해지며 세계 최강자로 거듭났다. 2023년 세계선수권 우승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2관왕(개인·단체전 금메달)으로 전성기를 연 그는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2년 만에 아시아선수권 우승까지 이뤄냈다.
안세영의 그랜드 슬램 달성은 여자 단식에선 카롤리나 마린(스페인)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2016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마린은 세계선수권 3회, 유럽선수권 7회, 유러피안 게임 1회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 단식에서는 중국의 린단과 덴마크 빅토르 악셀센 등 3명만 해낸 기록이다. 복식에선 박주봉, 김동문, 김문수 등 먼저 고지에 오른 한국 선수가 많지만, 여자 복식에선 아직 한국 선수가 그랜드 슬램을 이룬 적이 없다. 안세영은 단·복식을 통틀어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완성한 주인공이 됐다.
이번 아시아선수권에서 안세영은 32강부터 준결승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승승장구하며 결승에 올랐다. 반면 왕즈이는 준결승전에서 세계 4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와 풀게임 접전을 치른 상태였다.
안세영은 왕즈이를 상대로 초반부터 무리하게 승부를 걸기보다 긴 랠리를 유도하며 체력전을 펼쳤다. 2게임을 내주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상대의 체력을 효과적으로 소진시켰다. 수비 과정에서 왼쪽 무릎이 코트에 쓸려 피가 났음에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체력 우위를 앞세워 3게임 초반 9-3까지 달아난 안세영은 상대의 거센 추격에 15-15 동점을 허용했지만, 이후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지친 상대를 집요하게 공략했다. 결국 1시간 40분에 걸친 혈투 끝에 3게임을 21-18로 마무리하고 특유의 포효를 내지르며 우승을 자축했다.
이어 열린 남자 복식 결승전은 한국 선수 간 맞대결로 치러졌다. 세계 1위 서승재(29)-김원호(27·이상 삼성생명) 조가 22위 강민혁(27·국군체육부대)-기동주(25·인천국제공항) 조를 2대0(21-13 21-17)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정상에 올랐던 서승재와 김원호 역시 아시아선수권까지 제패하며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