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세계 배드민턴 여자 단식 '최강' 안세영(24·삼성생명)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12일 중국 저장의 닝보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왕즈이(중국)와의 2026년 아시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2대1(21-12, 17-21, 21-18)로 이겼다. 1시간40분에 걸친 대혈투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로써 안세영은 올림픽(2024년 파리), 세계선수권(2023년 코펜하겐), 아시안게임(2023년 항저우)에 이어 아시아선수권까지 석권하며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한국 선수로는 남자복식 박주봉-김문수 조 이후 두 번째이자 여자 선수로는 처음이다.
안세영은 자타공인 여자 단식 세계 최강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단일 시즌 역대 최다승 타이기록(11승), 단식 선수 역대 최고 승률(94.8%), 역대 최고 누적 상금액(100만3175달러)을 갈아치우며 배드민턴 역사를 새로 작성했다. 그런 안세영에게도 유난히도 높았던 '마지막 퍼즐'이 있었다. 바로 아시아 최고 권위의 개인전 대회인 아시아선수권이었다. 안세영은 2022년 동메달, 2023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4년에는 8강에서 탈락했고, 지난해에는 허벅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본인 스스로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에 이어 아시아선수권까지 석권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싶다"고 간절함을 드러냈을 정도다.
다시 한번 기회가 왔다. 안세영은 4강전 '코리안 더비'에서 심유진(인천국제공항·15위)을 잡고 결승에 올랐다. 파이널 상대는 왕즈이였다. 안세영은 왕즈이를 상대로 18승5패를 기록,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다만, 직전 대회였던 전영오픈 결승에서 왕즈이에게 패하며 36연승 행진이 중단됐다.
안세영이 기선을 제압했다. 1세트를 21-12, 여유있게 잡아냈다. 하지만 2세트를 17-21로 내주며 위기에 놓였다. 운명의 3세트. 두 선수는 15-15까지 팽팽하게 붙었다. 안세영이 뒷심을 발휘해 리드를 잡았다. 왕즈이도 추격에 나섰지만, 안세영의 기세를 막을 수 없었다. 안세영이 매치포인트에 먼저 도달하며 두 주먹을 불끈쥐었다.
한편, '세계랭킹 147위' 혼합복식의 김재현(요넥스)-장하정(인천국제공항) 조가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이들은 일종의 '등용문' 격인 콘티넨털 서킷 대회를 두 차례 치렀을 뿐이다. 규모가 큰 월드투어급 대회에서 호흡을 맞춘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강호들을 줄줄이 잡고 결승 무대에 올랐다. 행운도 따랐다. 결승 상대가 부상 기권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