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애인 스포츠의 간판 스타 김윤지(20·BDH파라스)가 한국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동계 패럴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8일 이탈리아 북부 산악 지대인 테세로의 크로스컨트리 스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패럴림픽 바이애슬론 여자 개인 12.5㎞ 좌식 경기. 김윤지는 38분00초1 기록으로 12명 중 1위에 오르며 한국 동계 패럴림픽 역사를 새로 썼다. 여자 선수 최초이자, 남녀를 통틀어 한국이 아닌 원정 동계 패럴림픽에서 딴 첫 금메달이다. 김윤지는 “저도 진짜 제가 해낼 줄은 몰랐다”며 “여성 최초의 금메달이라니 큰 의미가 있는 기록 같아 영광스럽다”고 환하게 웃었다.
한국 여자 선수가 동계 패럴림픽 개인 종목 메달을 딴 것도 김윤지가 처음이다. 단체 종목에서는 2010 밴쿠버 동계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4인조 경기에서 강미숙이 팀의 일원으로 은메달을 딴 적이 있다. 남녀를 통틀어 한국 선수의 역대 동계 패럴림픽 금메달은 2018 평창 신의현(크로스컨트리 좌식)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은 1992년 동계 패럴림픽에 처음 출전해 2002년 첫 메달(은)을 따냈고, 2018 평창에서 역대 최고 성적(금1·동2)을 거뒀으나 2022 베이징에선 노메달에 그쳤다.
선천적 척수 장애(이분척추증)가 있는 김윤지는 동계 노르딕스키와 하계 수영 종목을 병행하면서 국내 동·하계 장애인체전 MVP(최우수선수상)를 휩쓸었다. 세 살 때 재활을 위해 수영을 시작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선수 생활을 했다. 스키는 중1 때 체육 캠프에서 접했다.
김윤지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파라 크로스컨트리에 이어 지난 1월 월드컵에서도 우승했고, 바이애슬론에서도 올해 월드컵 금메달을 따는 등 우수한 성적을 거둬 큰 기대를 받았다. 그는 “이번 패럴림픽을 준비하면서 웨이트 훈련을 시작해 힘을 붙이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한국체대 특수체육교육과에 재학 중인 그는 과 수석을 차지할 정도로 학업 성적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지는 전날 자신의 패럴림픽 데뷔전이었던 바이애슬론 여자 스프린트 7.5㎞ 좌식에선 사격에서 부진해 4위에 머물렀다. 늘 웃는 얼굴로 별명이 ‘스마일리(smiley)’인 그는 “주행이 괜찮아서 자신감이 붙었다. 남은 경기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았다. 이어 8일 경기에선 사격 총 20발 중 2발만 놓치며 선두를 질주했다.
그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해서 어제 경기도, 오늘 경기도 즐겼다”며 “바이애슬론보다 크로스컨트리에 조금 더 자신이 있기 때문에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컨디션 조절하며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윤지에게는 이번 대회 4번의 메달 기회가 더 남아 있다.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 4종목에서 대회 5관왕에 도전한다.
김윤지에 이어 안야 위커(독일)가 은메달, 켄달 그레치(미국)가 동메달을 따냈다. 전날 바이애슬론 여자 스프린트 7.5㎞ 좌식에서 자신의 동·하계 패럴림픽 통산 20번째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던 ‘전설’ 옥사나 마스터스(미국)는 이날은 4위로 마쳤다.
이날 코르티나의 파라 스노보드 파크에서 열린 스노보드 남자 크로스(SB-LL2·경증 하지장애)에선 이제혁(29·CJ대한통운)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선에서 동시 출발한 선수 4명 중 3번째로 골인했다. 한국이 동계 패럴림픽 스노보드에서 처음 딴 메달이다. 스노보드는 2014 소치 동계 패럴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제혁은 첫 출전한 2022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조기 탈락 후 “아무도 스노보드 메달을 기대 안 하지만, 난 너무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6 패럴림픽 땐 꼭 시상대에 서겠다”고 했는데, 4년 전 약속을 지켰다. 체중을 10㎏ 이상 늘리면서도 순발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훈련해 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