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도핑 올림픽’이 열린다. 선수들이 금지 약물을 먹고 뛰어도 되는 대회다. 트럼프 일가가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더 논란을 부르고 있다. 최근 미 ESPN 등 외신에 따르면 내년 5월 21일부터 24일까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강화 게임(Enhanced game)’이 펼쳐진다.

종목은 수영(50m·100m 자유형, 접영), 육상(100m 단거리, 100m·110m 허들), 역도(인상, 용상). 참가 선수들은 기존 모든 스포츠 경기에서 금지됐던 약물을 복용하고 나설 수 있다. 주최 측은 “미국에서 합법적이며 의사가 처방한 약물만 복용할 수 있다”고 했다. 성장호르몬, 스테로이드제는 허용되지만 코카인 등 불법 마약은 금지된다. 선수들은 경기 출전 전 의료 검진을 받고 사용한 약물을 보고해야 한다.

'도핑 올림픽'으로 불리는 '강화 게임' 관계자들이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로이터 연합뉴스

종목당 상금은 최대 50만달러(1위 25만달러)에 달한다. 세계 신기록을 뛰어넘으면 100만달러(약 13억8000만원) 추가 보너스도 준다. 이미 보너스를 받은 예비 선수도 있다. 대회 주최 측은 이날 약물을 사용해 세계 신기록을 비공식 경신한 그리스 수영 선수 크리스티안 그콜로메예프(32)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공개했다. 올림픽에 4번 출전했던 그콜로메예프는 “지난 1년 강화 경기 주최 측과 함께 보낸 시간은 그전 10년 경력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올림픽 수영 메달리스트이자 세계선수권 우승 경력을 가진 호주 제임스 매그너슨(34)도 동참을 선언했다. 한때 접영 50m 세계 기록 보유자였던 우크라이나 안드리 고보로프(33)도 나선다. 주최 측은 내년 대회 개막까지 참가 선수 100명가량을 모을 계획이다.

대회 설립자는 호주 핀테크 기업가 에런 디수자라는 인물이다. 그는 “강화 게임은 21세기 올림픽의 혁신을 이끌 것”이라며 “기술과 과학의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는데, 낡은 규칙은 스포츠와 인류를 막아 세웠다. 변화를 포용하는 스포츠 행사가 필요하다”고 설립 이유를 밝혔다. 스포츠계에선 “스포츠를 망치는 행위”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반도핑기구(USADA) 트래비스 타이거트 국장은 “원칙보다 이익을 중시하는 위험한 광대 쇼”라고 비판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이번 대회는 약물 남용을 조장해 선수들 건강을 명백히 위협할 것”이라고 성명을 냈다.

트럼프 가문이 대회 막후(幕後)라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모습이 담긴 자료 영상이 대회 홍보물에 등장하고 아들 트럼프 주니어와 전자 결제 기업 페이팔 공동 창업자이자 거물 투자자 피터 틸 등 여러 친(親)트럼프 기업가가 수십억 원에 달하는 초기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스포츠 분야까지 망치려 한다는 한탄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