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 ‘중고 신인’ 임상규 2단. 늦깎이로 프로가 돼 군 복무까지 마친 뒤 맹위를 떨쳐 주목받고 있다. /한국기원

임상규란 생소한 이름이 새봄 바둑계에 뜨고 있다. 4년 차 프로 기사로 단위는 2단. 올해 27세 ‘중고(中古) 신인’이다. 변상일, 커제 등 동갑내기들은 서서히 하산을 준비 중인데 너무 늦은 건 아닐까.

하지만 활약상을 보면 나이와 단위가 믿기지 않을 만큼 좋다. 놀랍게도 국내 최고 기전 중 하나인 제5기 쏘팔코사놀 본선에 올라 있다. 국내 정상급 스타 9명이 풀리그를 펼쳐 신진서에게 도전할 기사를 가려내는 대회다.

임상규가 8연승으로 예선을 뚫고 본선에 오르자 “장성들 파티에 새카만 졸병이 끼어든 격”이란 표현이 나왔다. 8연승의 ‘함량’도 꽤 높았다. 박종훈 원성진 박진솔 등 손꼽히는 강자를 연거푸 눕혔다. 그중에서도 치열한 추격 끝에 반집 역전승한 박진솔 상대 결승이 백미였다.

임상규의 본선 리그 목표는 4승을 올려 ‘반타작’을 거두는 것. 하지만 출발은 쉽지 않다. 2월 28일 박정환전은 승리 직전 실족했고, 지난 14일 김정현과 벌인 대국에선 중반까지 리드하다 한순간 밀려버렸다. 임상규는 “최고 실력자들만의 리그라 분위기부터 달랐지만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진짜 주목할 것은 그의 경력이다. 24세 늦은 나이에 12전 전승으로 입단해 6개월 뒤 입대했다. “그때 프로가 못 됐으면 지금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운명 같다”고 했다.

2023년 9월 만기 전역 후 연말부터 이듬해 2월까지 8연승을 질주했다. 한 살 위인 허영락(현 4단)과 아마 랭킹 1~2위를 다투던 실력이 되살아난 것이다. 전역 후 총전적은 14승 7패.

최근엔 국가 대표에 뽑혔다. 송지훈 박지현 등을 제치고 4전 전승으로 선발전을 뚫은 것. 3명을 뽑는 데 27명이 지원해 9대1의 높은 경쟁률이었다.

“제대 후 대국 기회를 넓히려고 모든 대회에 출전 신청을 내던 때였다. 대표 선발전 공고가 났길래 큰 욕심 없이 응모했는데 막상 합격하고 나니 황홀하더라.” 매일 대표팀 리그에 참여하고 고수들과 어울리다 보니 많은 공부가 된다고 했다. 귀가 후엔 AI(인공지능)와 씨름하다 잠이 든다.

경북 안동 출신 프로 기사 1호다. 초등학교 2년 때 상경, 장수영 도장서 이창석(28) 9단, 박건호(26) 9단 등과 치열하게 경쟁했다. 임상규의 어린 시절 지도 사범이었던 박병규 9단은 “재기(才氣)가 반짝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엄청나게 노력하고 성실한 타입이었다”고 회상했다.

지난 연말 규정 대국(30판)을 채워 104위로 처음 랭킹을 받은 뒤 수직 상승 중이다. 3월엔 66위까지 올라왔다. 전투를 선호하는 힘 바둑 기풍이다.

“제대 후 마음이 편해지고 수읽기 폭도 넓어진 느낌이다. 남들보다 늦었지만 열심히 하면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27세 신인’은 눈빛을 반짝이며 구체적 소망 하나를 고백했다. “우선 세계 대회 본선부터 빨리 나가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