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보>(129~147)=두 대국자 모두 결승에 임하는 출사표에서 “한국 기사끼리 두게 돼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우승컵 외국 유출에 대한 부담감은 그만큼 크다. 하지만 대국 상대를 추첨으로 결정하는 대회 초반 단계에선 대부분 외국 선수와 싸우길 원한다. 거의 매일 보는 동료들과 사생결단하는 것이 껄끄럽기 때문. 시선 처리부터 쉽지 않은 게 대면(對面) 대국이다.
팽팽한 접전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백이 △에서부터 132까지 선수 끝내기를 해치운다. 134도 큰 자리. 하지만 인공지능(AI)은 그냥 넘어가지 않고 참고도를 제시했다. 우선 1로 위아래 백돌을 연결한 뒤 2가 불가피할 때 우변 7~9로 상대 약점을 추궁하라는 것. 백으로선 A의 붙임 등 팻감도 많아 솔깃해지는 그림이다.
하지만 이 처방은 실현되지 못했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발상이기 때문이다. 설혹 머리에 떠올렸더라도 승부가 갑자기 급류에 휩쓸릴 가능성 때문에 결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과 AI 사이에는 기술적 차이와 함께 심리적 경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135~139는 흑의 선수 권리. 141을 외면하고 146까지 중앙을 정비하자 147로 침공한다. 반상은 여전히 안갯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