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보>(80~96)=신진서는 바둑만 센 게 아니라 언변도 좋다. 역대 일인자들 중 가장 말솜씨 좋은 기사로 그를 꼽는 사람이 많다. 게다가 도량(度量)마저 넓다. 이번 신안(新安) 행사와 관련해 그는 “먼 길을 온 중국 선수들이 피곤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기사들은 전세 버스 타고 대국 하루 전날, 중국 일행은 항공 편으로 이틀 전 현지에 도착했다. 이 사실을 그가 몰랐을까.
흑 ▲로 끊은 장면. 80으로 81에 잇는 수는 과욕이다. 참고 1도 6까지 양패(兩覇)가 돼 거꾸로 백이 잡힌다. 82도 정확했다. 손을 빼도 살아있는 것 같지만 참고 2도 7까지 자충으로 백이 망한다. 수순 중 3, 4를 교환, 공배를 메워둔 수법을 기억해 둘 일이다. 86까지 치열했던 상변 전투가 일단락됐다.
흑이 몰살을 면하긴 했지만 너무 엷어 고전이 계속되는 형세. 87에 붙여 변화를 모색하고 나섰지만 그 순간 AI(인공지능)가 가리킨 흑의 기대 승률은 1% 아래로 떨어졌다. 88은 분쟁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뜻. 선수(先手)를 뽑아 대세점인 92를 차지해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가’ 정도로 벌리지 않고 93까지 다가간 수에서 흑의 다급해진 속내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