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혁의 복귀로 다시 '완전체'가 된 T1 선수들이 지난 4일 리브 샌드박스를 꺾고 5할 승률로 정규리그를 마친 후 함께 모여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LCK

역시 3위 한화생명e스포츠의 선택은 6위 DRX였다.

이에 따라 5위 T1은 4위 디플러스 기아와 4강 진출을 위한 운명의 대결을 펼치게 됐다.

6일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시즌의 정규리그 일정이 막을 내린 가운데, 한화생명은 플레이오프 1라운드 맞상대로 DRX를 선택했다.

DRX는 시즌 중 최하위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지난 3일 OK저축은행 브리온을 2대0으로 잡으며 승부를 끝까지 이어간데다 6일 광동 프릭스와의 최종전에서 역시 2대0으로 승리, 정규리그 마지막 주에 가장 중요한 2연승을 거뒀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 이미 1위를 확정지은 KT 롤스터가 6위 경쟁자였던 리브 샌드박스를 1군과 2군을 번갈아 투입했음에도 2대0으로 잡아준 덕에 극적으로 플레이오프 마지막 티켓을 거머쥐게 됐다. 샌드박스로선 승리를 했을 경우 6위를 확정지을 수 있었지만, 하필 16연승에 도전하는 1위팀을 만난 것이 뼈아팠다.

지난해 롤드컵에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유명한 모토를 앞세워 22강전부터 시작해 끝내 우승까지 일궈낸 DRX의 저력이 이번 서머 시즌에서도 발휘된 셈이다.

하지만 2년 연속 롤드컵에 출전하기 위한 첫 관문인 플레이오프 1라운드부터 강팀 한화생명을 만나게 됐다. 지난해 두 시즌 연속 최하위의 수모를 만회하기 위해 올 시즌 대규모 투자를 단행, '킹겐' 황성훈과 '제카' 김건우, '바이퍼' 박도현 등 FA를 대거 영입하며 모두 포지션을 교체한 한화생명은 스프링 시즌 5위에 이어 서머 시즌에선 3위로 도약하며 한층 안정된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1위 KT와 2위 젠지에는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6위부터 10위까지의 중하위팀들을 상대로는 단 한 경기도 패하지 않으며 '동부 학살자'로 불릴 정도다.

당연히 DRX에도 단 한 세트도 뺏기지 않고 2전 전승을 기록중이다. 지난해 롤드컵 우승 멤버 가운데 '베릴' 조건희만 남은 가운데 올 시즌 힘겨운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DRX로선 조건희와 '라스칼' 김광희 정도를 제외하곤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아 아무래도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두 팀은 8일 5전 3선승제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를 치른다.

더 큰 관심을 모으는 경기는 당연히 디플러스와 T1의 대결이다. T1은 시즌 중반까지 한화생명, 디플러스와 3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 뒤치락을 하고 있었는데 주장이자 팀의 중심인 '페이커' 이상혁이 손목 부상으로 로스터에서 이탈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상혁이 없는 사이 충격적인 1승7패에 그쳤던 T1은 그가 복귀한 마지막 주에 2연승을 하며 정규리그를 9승9패, 겨우 5할을 맞추며 끝냈다.

하지만 T1은 자타공인 LCK 플레이오프의 최강자로, 당연히 가장 꺼리는 상대이다. 지난 2019년 서머 시즌에 정규리그 4위에도 불구, 플레이오프 1라운드부터 결승까지 상위팀을 모조리 꺾어버리는 '도장깨기'를 달성하며 우승까지 차지한 바 있는 등 다전제의 최강자라 할 수 있다. 당연히 한화생명으로선 T1을 선택할 수는 없었다.

두 팀의 시즌 상대전적은 1승1패이다. 이상혁이 나섰던 1라운드에선 T1이 2대0으로 승리했지만, 부상으로 빠졌던 2라운드에선 디플러스가 2대0으로 승리했다. 완전히 제 컨디션을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이상혁이 복귀, T1이 다시 '완전체'가 된 가운데 치르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선 접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디플러스 역시 LCK 우승 멤버가 건재한데다 지난해 DRX에서 롤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데프트' 김혁규가 있어, 이상혁과 펼치는 두 베테랑의 대결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됐다. 두 팀은 9일 만난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