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첫 우승에 도전하는 킥스 김영환(왼쪽) 감독과 정관장천녹 최명훈 감독. 바둑리그 챔프 결정전을 앞둔 둘은 신진서 운용과 대처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기원

‘대포 부대와 기관총 사단의 대결’. 킥스와 정관장천녹이 패권을 놓고 격돌하는 2022~23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챔피언 결정전은 이렇게 압축된다.

‘대포’는 바둑계 월드 스타 신진서(23)를 뜻한다. 비록 지난주 란커배서 준우승에 머물긴 했지만 그는 여전히 승률 9할 안팎을 넘나드는 최고 스타다. 바둑리그서도 포스트시즌에만 18연승 중이다. 신진서의 묵직한 대포 한 발이면 어떤 상대도 쑥밭이 되는 게 아닐까.

하지만 바둑리그는 매 경기 5판 중 3판을 먼저 따내야 승리하는 방식이다. ‘대포’라고 해서 상대 선수 2, 3명을 눕힐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관장천녹은 개막 드래프트 때 ‘대포’ 선발 기회를 놓친 대신 막강 화력의 ‘기관총’을 다수 확보했다.

이런 두 팀의 색깔은 올 시즌 성적표에서도 확인된다. 정관장은 에이스 변상일(15승)을 선봉으로 홍성지 김정현 권효진 허영락 등 ‘기관총’ 사단이 고르게 활약, 정규 시즌 수담리그 1위를 차지했다(팀 전적 13승 3패, 총승수 42승).

반면 킥스는 총승수 38승 중 절반이 넘는 20승을 신진서에게 의존한 가운데 정규 시즌 난가리그 3위(10승 6패)로 턱걸이해 포스트시즌을 밟았다. 각 팀 5명이 1대1로 맞서는 방식에서 ‘대포’ 선발은 역시 비효율적이란 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정규 시즌 막판 무렵부터 예상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킥스가 극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오른 데 이어 부진했던 ‘소총수’들이 눈부시게 활약하기 시작한 것. 김승재 백현우 김창훈이 각기 2~3승씩 올리며 신진서(6승)의 짐을 덜어줘 팀은 대망의 챔프 결정전까지 진격했다.

킥스 김영환(53) 감독은 “시즌 막판 폭발한 우리 팀 기세는 지금도 고스란히 살아있다”고 말한다. 팀이 아직 정비되기 전이었던 초반과는 전혀 다른 팀이란 것. 이에 대해 정관장 최명훈(48) 감독은 “우리는 시작 때부터 내부 주전 경쟁이 워낙 치열해 똑같은 긴장도를 유지해왔다”고 응수한다.

결국 오더(출전 순서)가 매우 중요하다. 킥스 김감독은 “신진서가 상대 1, 2장을 표적 저격하는 오더가 이뤄질 경우 그날 승산이 충분하다. 이 부분은 내가 해내야 할 역할”이라고 했다.

반면 최감독은 “킥스엔 신진서 외엔 무서운 선수가 없다. 우리 팀 주장 변상일도 신진서 못지않은 대포”라며 “상대 특정 선수를 피하지 않고 정면 대결로 나갈 생각도 있다”고 했다. 두 팀은 정규 시즌서 한 차례(2월 18일) 맞대결, 신진서가 권효진에게 1승을 거두는 데 그친 킥스가 정관장에 1대3으로 패했다.

두 감독 모두 바둑리그 첫 우승 도전이다. 김감독은2006년 바둑리그 사령탑에 데뷔했고 킥스 지휘봉을 잡은 지는 11년째다. 리그 역대 최다승(121승) 기록도 갖고 있다. 최 감독은 정관장 4년 차로 포스트시즌 경험도 올해가 처음이다. 팀 기준으론 정관장이 2017년, 킥스는 2006년 한 차례씩 우승했다.

KB리그는 대회 기간(6개월)으로나 상금 규모(우승 2억5000만원)로 보나 단연 국내 최대 기전이다. 사상 최다인 12팀이 출전해 양대 리그 방식으로 쉬지 않고 달려왔다. 쳄피언 결정전은 24, 25일 열리며, 양팀 1승 1패가 될 경우 29일 최종 3차전으로 우승팀을 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