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신진서(23)가 무너졌다. 중국이 창설한 제1회 란커배 세계바둑 오픈 결승 3번기에서 1대2로 역전패했다. 17일 중국 취저우(衢州)에서 대면 방식으로 벌어진 최종 3국에서 구쯔하오(辜梓豪·25)에게 141수 만에 백 불계로 패했다.

신진서가 17일 제1회 란커배 결승 3국서 착점하고 있다. 구쯔하오에 1대2로 져 준우승에 그쳤다.

돌가리기에서 백을 잡아 좋은 조짐인 듯 보였다. 1, 2국에서 백을 쥔 쪽이 상대 대마를 포획하며 대승했기 때문. 출발도 산뜻했다. 초반부터 급전이 이어진 상변 전투는 백의 대성공이었다. 상변에 큰 집을 확보하고 중앙에 흑세를 내주는 바꿔치기 결과 백의 우세가 확립됐다.

구쯔하오의 착점 모습. 2017년 삼성화재배에 이어 두 번째 세계 제패에 성공했다.

하지만 구쯔하오는 만만치 않은 싸움꾼이었다. 흑이 중앙을 씌우면서 피를 말리는 전투가 재개됐다. 우하귀에서 백의 실수가 나오면서 국면은 처음으로 흑 우세로 바뀌었다. 쌍방 초읽기 속 처절한 중앙 공방전서 백의 결정적 착각이 나온 순간 신진서가 고개를 떨구었다.

둘 간 상대전적에서 신진서는 7승 6패로 쫓기게 됐다. 신진서는 리친청 딩하오 리웨이칭 탄샤오 구쯔하오 등 중국 최정상급 4명을 꺾고 마지막 고비에서 막혔다. 반면 중국 랭킹 3위 구쯔하오는 한국기사 5명을 이겼다. 2017년 삼성화재배 이후 6년만에 오른 두 번째 세계 정상이다.

란커배 결승 최종국 대회장 모습. 중국은 이날 구쯔하오의 우승으로 축제 분위기였다. (사진 제공=한국기원)

42개월 연속 국내 랭킹 1위인 신진서의 다섯번째 메이저 제패는 뒤로 미루어졌다. 2020년 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이후 4연속 우승 행진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하지만 신진서는 오는 8월 ‘바둑올림픽’으로 불리는 잉씨배 결승을 앞두고 있다. 동갑나기 셰커와 3번기를 통해 다섯 번째 메이저 사냥에 다시 도전한다. 란커배 상금은 우승이 180만 위안(약 3억 3000만원), 준우승은 60만 위안(약 1억 10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