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보>(87~103)=세계 메이저대회서 우승을 맛본 한국기사는 15명에 이르지만 두 번 이상 정상에 오른 ‘멀티 챔프’는 단 7명뿐이다. 박영훈도 여기에 포함된다. 후지쓰배를 2번(2004·2007년) 제패했다. 준우승도 삼성화재배와 춘란배 각 2번, LG배와 몽백합배 각 1번 등 6번에 달한다. 메이저 결승 무대에 8번 오른 기사는 세계적으로 손꼽을 정도다.

87은 놓치기 싫은 큰 곳이지만 89에 늘어두는 것이 정답이었다. 참고 1도 5까지 예상되는데, 이 진행이었으면 흑의 우세였다. 실전 87이면 이하 93까지는 필연의 수순. 여기서 흑백은 번갈아 중대한 실착을 교환한다. 먼저 흑 95. 참고 2도 5까지 백 한 점을 끊어 잡았으면 흑이 우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99까지 백이 선수로 상변을 요새화해선 흑이 ▲로 뛰어들어 얻은 것이 없다. 하지만 그 직후 100, 102가 심각한 문제수였다. 알찬 역끝내기이긴 하지만 중앙과는 비교가 안 된다. 100으로는 당연히 103 자리에 울타리를 쳐야 했고, 그랬으면 백 우세였다. 천왕봉 같은 요소를 차지해선 다시 주도권이 흑의 손아귀에 넘어간 형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