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32 가자. 조금 더 앞에서 뛰어.”

육상 국가대표 선발전 겸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승이 열린 9일 경북 예천스타디움. 한국 높이뛰기 간판 우상혁(27·용인시청)을 향해 관중석에서 김도균(44) 코치가 외쳤다. 우상혁이 첫 점프로 2m16을 뛰어넘으며 대회 1위를 확정한 뒤 두 번째 점프를 뛰기 직전이었다. 도전 높이를 한 번에 16㎝를 올린 그를 향해 관중은 다 함께 박수를 치며 격려했다. 우상혁은 1차 시도에서 곧바로 2m32를 넘었고, 추가 도전 없이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우상혁이 이날 뛴 2m32는 올 시즌 세계 3위 기록이다. 공동 1위인 2m33과 불과 1㎝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우상혁의 개인 최고 기록은 실외 2m35(2021년), 실내 2m36(2022년)이다. 내친김에 최고 기록 경신까지 도전해볼 수도 있었지만, 김 코치는 우상혁을 향해 ‘X자’를 그려 보이며 무리하지 않게 했다.

우상혁은 “(시차 적응이 안 돼) 어제 1시간밖에 못 잤는데 운동장을 뛸 때부터 느낌이 좋았다. 첫 점프를 뛰는 순간 ‘오늘 무조건 2m30 이상 뛸 수 있겠다’고 느꼈는데, 코치님도 그걸 느꼈다”며 “발목에 부상이 있었는데 확실히 털어버리고 부상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더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더 큰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오늘은 여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우상혁은 지난 6일 카타르 도하 다이아몬드리그에 출전(2위·2m27)한 뒤 7일 귀국해 이번 선발전에 참가했다. 곧바로 일본으로 출국해 21일부터 골든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한다.

그는 이날 결과로 8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기준(2m32)과 9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 자격을 충족했다.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는 대한육상연맹 경기력향상위원회가 선발전 참가 선수 중 국제 경쟁력 등을 고려해 선발한다. 우상혁은 “세계선수권 기준 기록이 까다로운데, 빨리 깼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기록을 높여나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꼭 따고 싶다. 5년 전(2018 대회) 은메달을 따서 아쉬웠다. 즐기는 마음으로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예천=김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