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보>(73~78)=결승에 앞서 본지가 임전 소감을 묻자 양딩신은 다음과 같이 회신해 왔다. “바둑은 세계 우승자만 기억하는 종목이다. 꼭 이기고 싶다. 최근 국제 무대서 좋은 바둑을 두어왔다고 생각한다. 풍부한 경험을 축적해 걱정하지 않는다. 실수를 줄이고 결정적 순간 실력을 발휘하고 싶다.” 자신감과 긴장감이 뒤섞인 비장한 출사표다.

하지만 실수를 줄이겠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바로 실착이 출현한다. 73이 경솔한 수. 74와의 교환은 누가 봐도 흑의 손해다. 여기서는 73~76을 보류하고 참고 1도 1로 그냥 넘어두는 것이 좋았다. 백이 2로 딴청을 부리면 3으로 어깨짚어 백을 분리 공격한다. 이랬으면 아직 형세 불명이었다.

이쯤 해서 백이 좌중앙에 파병(派兵)해 보면 어떨까. 참고 2도 1, 3으로 흑의 약점을 추궁하는 것. 흑 요석 여섯 점을 잡을 수 있다면 엄청난 전과다. 하지만 4의 쌍립이 급소. A와 B를 맞봐 당장은 수가 나지 않는다. 백이 78로 붙여가면서 흑은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