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보>(103~112)=대마(大馬) 공방은 서로 조심스럽다. 공격이 자칫 빗나가면 실탄(實彈) 값도 못 건지고 빈 껍데기만 남게 된다. 쫓기는 쪽도 피해 없이 최소 비용으로 대마를 살리기 위해 고심한다. 백 △는 두터운 보강. 103부터 106까지는 이렇게 될 곳이다. 흑은 선수로 중앙을 틀어막은 뒤 107로 연결하며 “어디 잡을 테면 잡아보라”를 외친다.

하지만 이 무렵 흑은 이미 이 바둑을 이기기 힘든 국면이었다. 대마가 잡히거나, 살더라도 큰 대가(代價)를 치러야 할 상황이었다는 게 AI(인공지능)의 판단이다. 참고도는 AI가 그려낸 흑백 간 최선의 진행. 19까지 대마는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지만 20으로 빵따냄 당해 좌변 흑의 보고(寶庫)가 초토화된다. 이른바 생불여사(生不如死)다.

참고도 수순 중 15로 16에 이어 버티면 좌변 흑진은 지킬 수 있지만 외곽 백의 포위망이 더 강화돼 흑 대마 탈출구가 막힌다. 백도 참고도에서 2로 늦춰받는 수가 중요하다(그냥 받으면 흑3으로 탈출과 연결을 맞본다). AI의 심층 분석을 알 리 없는 미위팅, 111로 꾸역꾸역 머리를 내밀어 탈출을 시도한다. 대마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선 아직 몇 단계가 더 남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