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보>(130~150)=바둑에선 가해자와 피해자가 헷갈리는 경우가 자주 등장한다. 조금 전까지 손님인 것 같았는데 어느새 주인 행세를 하며 안방을 차지한다. 배[梨]를 내주고 배 속을 받아드는 일도 비일비재다. 눈 감으면 코 베 간다는 인간 세태를 신통히도 닮았다.

흑이 ▲로 밀자 생존이 목표이던 흑 대마가 활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참고 1도 백 1이면 흑은 A, B를 맞봐 완생 후 보따리 내놓으라고 떼를 쓸지 모른다. 좌하귀 5~9의 패맛이 있지만 C 부근에 팻감이 많아 괴롭다. 결국 131에 끊기고 보니 주객(主客)이 뒤바뀐 격.

AI는 132로 참고 2도(7 10…△, 8…3)의 바꿔치기를 추천했지만 백은 “끝까지 가보자”고 외치고 나섰다. 결론은 서로 생사가 걸린 패. 136으론 참고 3도처럼 두어도 패지만 실전이 한 팻감 많아 정수다. 141~145 외길 진행으로 패가 나선 기어이 배 아닌 배 속을 건네받은 느낌인데…. (149…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