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보>(123~135)=프로들은 주요 대국 때면 상대에 대한 ‘적개심’으로 투지를 다진다고 한다. 평소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대국 전후 2, 3일은 눈도 안 마주친다는 식이다. 하지만 강동윤(33)과 박정환(29)처럼 예외적 관계도 종종 있다. 둘은 치열하게 싸운 다음 날에도 서로 연락해 어울릴 만큼 ‘절친’으로 소문났다.

백이 △의 급소를 차지한 장면. 다음 ‘가’에 붙여넘는 수를 보고있어 123의 차단은 당연하다. 124로 요석 2점을 움직이자 흑 125로 따내 패싸움이 시작됐다. 박정환은 126의 팻감을 외면하고 127로 한 칸 뛰었다. 참고 1도는 8, 10을 내줘 중앙 백집을 당할 수 없다고 보고 승부수를 띄운 것.

갈 길이 바쁘지만 129도 생략할 수 없다. 참고 2도 1로 하변을 보강하면 2, 4의 맥점으로 6까지 패가 되는데 백의 부담이 훨씬 적은 꽃놀이패다. 130부터 하변에서 본격적인 힘겨룸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과연 이들이 바둑계 대표적 절친이 맞나 의문이 들 정도로 무지막지한 육탄전이 이어진다. (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