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오지 못했던 지난 3년의 아쉬움이 오늘 한 번에 풀렸습니다. 돌아온 춘천마라톤, 너무 감사합니다!”

일본에 사는 요시오카 야스히로(51)씨가 23일 춘천마라톤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일본에서 건너와 춘천마라톤 풀코스를 뛴 그가 3년 만에 다시 열린 대회에서 10번째 완주에 성공한 것이다. 이날 완주 메달을 목에 건 그는 “춘마와 함께한 지난 10여 년은 내게 많은 것을 주었다”고 했다.

일본에 사는 요시오카 야스히로씨가 23일 춘천마라톤 풀코스 골인 지점에 도착해 "일본에서 온 러너입니다. 한국과 춘마 사랑합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펼쳐보이고 있다. 이날 그는 10번째 완주 메달을 목에 걸면서 춘마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장련성 기자

오사카에서 소비자 보호 전문 변호사로 일하는 그는 “젊은 시절 호기심으로 한국 여행을 자주 했다”며 “2005년 개봉한 한국 영화 ‘말아톤’을 보고, 영화에 등장한 춘천마라톤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일본에서 82회의 풀코스 완주 경력을 가진 그에게 일본과 한국 마라톤의 차이점을 묻자, “한국 마라토너들은 좀처럼 포기하지 않아요. 체력이 바닥나도 포기하지 않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에 나도 덩달아 힘을 내게 되죠”라고 답했다.

그는 춘천마라톤 코스의 자연경관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춘천마라톤의 아름다움은 7㎞ 구간쯤부터 펼쳐집니다. 다리를 건너면서 단풍과 의암호 풍경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하죠. 몸이 힘들어도 절경을 보면 저절로 힘이 납니다.”

춘마의 매력에 빠져 세 번째 완주에 도전했던 2013년, 그는 문득 ‘한국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에서 온 요시오카라고 합니다. 제 친구가 되어주세요’라고 쓴 종이를 등에 붙이고 달렸다. 그러자 한국인 수십명이 다가와 “나도 일본 마라톤에 참가한 적 있어요” “소셜 미디어 계정 공유해요”라며 반가워했다. 젤리와 사탕 등 간식을 나눠주거나, 오버페이스로 달리다 지친 그에게 “조금만 더 힘내세요”라며 등을 두드려주는 이도 있었다. 요시오카씨는 “외국인인 내게 선뜻 말을 걸어오는 따뜻함과 친절함에 크게 감동했다”며 “남에게 쉽사리 말을 먼저 걸지 않는 일본에서는 느끼지 못한 감정이었다”고 했다.

요시오카씨는 당시 인연이 됐던 한국인 10여 명과 연락을 유지하고 있다. 2019년까지는 매년 춘마에서 만나 ‘닭갈비 뒤풀이’도 했고, 일본에 놀러 온 이들에게는 자신의 일본 친구들도 소개했다. 요시오카씨는 “이상하게 춘천에 오면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 든다”고 했다. “왜일까 생각해봤는데요. 당시 내게 손 내밀어 준 한국인들에게 가족 같은 따뜻함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는 “10년간 꿈 같은 경험을 선물해준 춘마와 한국 친구들에게 이제는 내가 사랑을 돌려줄 차례”라며 “한국과 일본 마라토너의 우정을 다지는 가교 역할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날 3시간 50분 57초 기록으로 골인한 그는 환하게 웃으며 다음과 같이 적힌 종이를 펼쳐보였다. “일본에서 온 러너입니다. 한국과 춘마,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