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보>(1~171)=라이벌끼리의 대결은 대개 일정한 패턴 아래 움직인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라이벌로 손꼽혀온 둘은 이 바둑에서 ①기세 충돌(22, 52) ②심리전(25, 45) ③난타전(65~68)의 과정을 거쳐 74~78의 패싸움으로 절정을 맞았다. 그리고 승리는 이번에도 침착한 쪽(69, 71)의 몫이었다. 대세가 일찍 결정되면서 91 이후엔 흑의 독무대로 이어진 끝에 단명기로 끝났다.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용한 시간량이다. 이긴 쪽은 아무리 빨리 두어치워도 비난받지 않지만 패자의 경우는 다르다. 이 바둑은 패자의 생각 시간이 승자의 절반 남짓에 불과했다. 바둑 게임의 목적은 빨리 끝내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것이다. 현대 바둑에서 시간은 군수 물자에 해당한다. 잉씨배에선 제한 시간을 소진하면 2집을 감하고 20분을 연장해준다.

이번 1·2회전 기간에 9단으로 승단한 김명훈은 8강에 도약했다. 라이벌을 꺾고 오른 고지여서 더 기쁠 것이다. 변상일은 2년 전 25회 때 기록한 4강 이상의 성적을 기대했지만 훗날로 미루게 됐다. 참고도는 종국 이후의 예상 진행도. 6 이후 A와 B를 맞봐 백이 견디지 못한다. (82 88…76, 85…79, 171수 끝 흑 불계승, 소비 시간 백 1시간 17분, 흑 1시간 5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