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보>(138~152)=바둑게임의 특징 중 하나는 일발필도(一発必倒)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득점에서 많이 뒤져 있어도 ‘한 방’으로 뒤집을 수 있는 점이 격투기와 닮았다. 야구의 홈런도 비슷한 기능이다. 초중반 실점이 많았던 백은 이제 ‘비상 플랜’을 가동해야 할 시점을 맞았다. 무난한 수로 대응하면 무난한 패배로 이어질 뿐이다. 이 국면에서 백은 어떤 비상 대책을 펼쳐야 할까.

138부터 142까지의 수순이 음미할 만하다. 선수로 봉쇄당할 수는 없으므로 139는 당연. 141까지 강요 후 142로 씌우고 보니 그럴 듯하다. 상중앙 흑이 살았느냐는 주장이다. 실제로 한 집도 갖추지 못했다. 144도 기호지세(騎虎之勢). 하중앙 백의 허술함을 의식해 참고도 1의 변신도 생각할 수 있지만 6까지 된다면 역시 절망이다.

147은 왼쪽 백 4점의 약점을 노리며 탈출 리듬을 구하는 멋진 행마. 148이 불가피할 때 튼튼하게 149로 연결한다. 152도 불가피한 보강. 이곳이 뚫리면 공격은커녕 자신의 목숨도 보장할 수 없다. 마치 몸집이 작은 사자 떼가 거대한 코끼리를 공격하는 모양새지만 흑 대마는 아직 분명히 미생(未生)이다. 백의 필사적 대마 공격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