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보>(65~71)=흑백 쌍방이 번갈아 망착(妄着)을 교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착이 일상화된 하수들에겐 흔한 일이지만 정상권 기사들이 이런 장면을 연출할 때는 당혹스럽다. 과도한 긴장과 압박감이 순간적으로 사고(思考) 회로를 마비시키는 것일까. 오늘 보(譜)에서 둘은 믿기 힘든 헛손질을 주고받는다.

△ 때 65가 최면에 걸린 듯한 의문수. 참고 1도 1의 씌움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인데 빗나갔다. 15까지 필승지세를 구축할 기회를 놓쳤다. 백 66도 의도를 알 수 없는 행마. ‘가’로 뛰고 흑 ‘나’ 때 ‘다’로 자세를 갖춘 뒤 ‘라’의 끼움을 노렸으면 흑이 난처했다.

68에 패착 선고가 내려졌다. 미몽(迷夢)에서 먼저 깨어난 흑의 69, 71이 정확한 응징. 백이 순식간에 동시다발적 재난에 봉착했다. 68로는 참고 2도 1, 3으로 포위망부터 뚫고 13까지 위 아래 모두 타개할 수 있었다. 백은 때이른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