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보>(1~189)=현역 세계 1인자와 ‘바둑 변방국’ 상위권 기사 간의 대결. 누구나 신진서의 일방적 우세를 점쳤지만 흐름은 예상과 달랐다. 경적(輕敵)이라기보다는 주변 시선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겨야 본전인 쪽과 져도 잃을 게 없는 쪽의 대결에서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무튼 위정치는 세계 바둑 이변사(異變史)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기회를 놓쳤다.

흑 61, 71이 경솔한 선수 활용. 62, 72, 86의 반발을 불러 주도권은 일찌감치 백에게로 넘어갔다. 87만 해도 평소의 신진서였다면 참고도의 진행을 택했을 것이다. 뒤이은 95, 107도 스텝이 꼬인 듯 한 수들. 하지만 백에게서도 98 등 느슨한 수가 나오면서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했다. 127 역시 치명적 수 읽기 착각.

이후 흑은 161, 169, 백은 166 등 문제 수를 교환한 뒤 백 170이 최종 패착 선고를 받았다. 신진서가 본선 첫 판서 겪은 고전이 LG배 역사상 첫 연패(連覇)를 향해 출발한 그의 레이스에 ‘액땜’으로 기록되길 기원한다. 어떤 스프린터도 스타트가 항상 만족스러울 수는 없는 법이므로. (213수 끝 흑 불계승, 190수 이하 생략, 소비 시간 백 3시간 27분, 흑 2시간 3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