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보>(169~189)=이 바둑의 마지막 보(譜)에 들어가는 이 시점까지도 승패가 결정되지 않았다. 이른 봄날 살얼음판 호수 위에서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를 겨루는 느낌이라고 할까. 169는 위험 천만한 수. 전보(前譜)에서 지적한 대로 지금 포인트는 하변이었다. 참고 1도 1이 절대. 그랬으면 9까지 흑승이 결정됐을 것이다.

170 패착. 참고 2도 1이었으면 백의 승리였다. 2로 차단하는 수가 최선이지만 백 9, 흑 A 이후 늘어진 패를 흑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 176으로는 참고 3도처럼 변화를 구할 수도 있었다. 12 이후 백이 따내고 흑이 되따내 각생(各生)이다. 백으로선 이쪽이 더 낫지만 이미 승패와는 무관했다.

179는 정수. 180에 두어도 백돌을 잡지만 놓고 따내야 하므로 손해다. 181로 하변 백 2점을 맛 좋게 포획해선 더 이상 변수가 사라지고 흑승이 결정됐다. 계가를 한다면 대략 반면(盤面) 10집 정도의 차이였다. 이 바둑은 213수까지 이어져 흑의 불계승으로 끝났지만 190수 이후는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