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보>(104~111)=중국 바둑 팬과 매체들은 신진서를 거의 공적(共敵)으로 인식하고 있다. 자국 기사들이 패할 때마다 신진서의 탁월함을 인정하면서도 틈만 보이면 깎아내리려 한다. 어쩌다 신진서가 패하면 “전성기 때의 이창호·이세돌보다 약점이 많다”며 노골적으로 비하한다. “한국 바둑이 강해 보이지만 사실상 신진서 1명뿐”이란 주장도 자주 등장한다.

지난 연말 이후 올해 초 사이 특히 이런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삼성화재배 박정환과의 결승, 온라인 비공식 대회 왕싱하오(王星昊)전 등 몇 번 패배가 이어지던 시기다. 당시 한 매체는 “신진서는 아직 소년에 불과하다”며 “곧 시작될 LG배 결승에 오른 양딩신에게도 희망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결과는 신진서의 우승으로 끝났고 중국 전역은 다시 비탄에 빠졌다.

지난 보 마지막 수인 흑 ▲는 짜릿한 맥점. 105, 106은 강펀치 교환이자 기세의 격돌이다. 하지만 107은 상대의 기세에 눌린 아쉬운 후퇴로, 참고도 1, 3으로 중앙을 키워야 했다. 6의 빵때림을 내주더라도 9를 차지한다면 흑이 조금이라도 유망한 형세란 결론. 109보다 108의 가치가 더 크다는 뜻이다. 111 연결이 불가피, 대망의 선수(先手)가 백에게 넘어가선 흐름이 심상치 않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