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 보얼리 첼시 구단주는 부임 100일 만에 첼시에 2020-2021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안겨준 토마스 투헬 감독을 경질하며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사진은 스탬퍼드브리지를 찾은 보얼리의 모습. / AFP 연합뉴스

장민석의 플레이 볼!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79608

지난달 23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리버풀의 경기를 앞두고 올드 트래퍼드 앞엔 화난 맨유 팬들이 잔뜩 모였습니다. 영국 맨체스터시의 올드 트래퍼드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PL)의 명문 클럽 맨유의 홈 구장입니다.

수천 명의 맨유 팬들이 현재 구단주인 글레이저 가문의 구단 매각과 퇴출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글레이저 아웃’ ‘유나이티드를 사랑하지만 글레이저는 싫어한다’ 등의 글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말이죠.

맨체스터이브닝뉴스에 따르면, 맨유의 오래된 서포터 그룹인 ‘1958′은 인근 술집에서 올드 트래퍼드의 상징물인 트리니티 동상(맨유 레전드인 조지 베스트, 데니스 로, 보비 찰턴의 동상)까지 행진하며 “탐욕스러운 집단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축구 클럽을 조직적으로 망가뜨리고 있다”며 분개했다고 합니다.

지난 4일 맨유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의 상징인 트리니티 동상 앞에서 '글레이저 아웃'을 외치는 맨유 팬들. / 로이터 연합뉴스

맨유 팬들이 글레이저 가문에 대한 시위를 벌인 것은 사실 자주 있는 일입니다. 지난 4월에도 맨유 성적이 7위까지 떨어지자 일부 팬들이 캐링턴 훈련장 주변에 모여 ‘글레이저 아웃’을 외쳤습니다.

작년엔 맨유와 트레이닝복 스폰서 계약을 맺으려 했던 영국의 전자 상거래 기업 ‘디허트그룹’이 글레이저 가문에 항의하는 팬들의 움직임을 고려해 협상에서 물러난 일도 있었습니다. BBC는 “디허트그룹은 맨유 팬들이 불매 운동을 펼칠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맨유 팬들은 글레이저 가문에 왜 이렇게 적대적인 감정을 보일까요?

글레이저 가문의 핵심 인물은 미국 출신의 사업가 말콤 글레이저(1928~2014)입니다. 아버지의 보석·시계 도매 사업을 물려받아 사업을 번창시킨 그는 1995년 NFL(미프로풋볼) 탬파베이 버커니어스를 인수하며 프로 스포츠팀의 구단주가 됩니다.

버커니어스가 2003년 NFL 챔피언결정전인 수퍼볼에서 우승하면서 글레이저는 명성을 얻게 되죠.

그런 글레이저가 미국 밖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2005년 1조5000억원이 넘는 돈으로 사들인 구단이 맨유입니다. 당시에도 PL 최고 명문 클럽이 미국 사업가에게 팔려나갔다며 분개하는 맨체스터 현지 팬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글레이저가 부채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맨유가 얻는 수익으로 빚을 해결할 것이란 말이 나오며 팬들은 더욱 불만에 휩싸였죠. 그 예상은 사실 들어맞았습니다.

그래도 글레이저가 인수한 이후 맨유가 줄곧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팬들도 잠잠해졌습니다. 글레이저는 축구 본연에 대한 사안은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게 일임하고 구단 운영에 대해선 말을 아꼈습니다.

맨유는 글레이저 체제에서 퍼거슨이 지휘봉을 놓을 때까지 8년간 PL 5회 우승, 챔피언스리그 1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죠.

하지만 퍼거슨 감독이 2013년 사임한 이후 맨유는 단 한 번도 리그 정상을 밟아보지 못했습니다. 말콤 글레이저는 뇌졸중 증세로 2014년 별세했고, 현재는 아들인 에이브러험 글레이저와 조엘 글레이저가 맨유 구단주를 맡고 있습니다.

지난해 솔샤르 감독과 함께한 에이브러험 글레이저(오른쪽)과 조엘 글레이저(왼쪽) 형제. / 로이터 연합뉴스

맨유 팬들은 글레이저 가문에 대해 ‘구단에 신경은 쓰지 않고, 단물만 뽑아 먹는다’고 주장합니다. 미국인 사업가인 글레이저 형제가 축구와 맨유를 ‘영혼 없이’ 대하고, 사업적 수익에만 관심을 쏟는다는 거죠.

조엘은 “오프사이드 규정을 이해하는 데 2년이 걸렸다”고 밝힐 만큼 축구에 대해 무지를 드러내 많은 팬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실제 맨유는 많은 돈을 벌고 있습니다. 야후스포츠는 “막강한 브랜드 파워에 힘입어 맨유는 말콤 글레이저가 팀을 인수하던 시절인 2004-2005시즌 3억달러에서 2018-2019시즌 8억달러 이상으로 연간 수입이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팬들은 글레이저 가문이 맨유를 통해 천문학적인 수입을 거두고도, 구단 발전에는 돈을 쓰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1910년 첫 문을 연 뒤 증축과 개축을 거듭한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는 웅장한 외관에 비해 많이 낡아 있는 상태입니다. 가장 노후화된 남쪽 스탠드 천장에선 빗물이 새고, 철골 구조물엔 녹이 잔뜩 슬었습니다.

캐링턴 훈련장 시설도 맨유의 명성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2009년 맨유를 떠나 작년 친정팀으로 돌아왔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캐링턴 수영장 타일이 벗겨져 있다”며 불평했죠. 데이비드 베컴과 라이언 긱스 등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한 맨유 유스팀 아카데미 시설도 다른 명문 클럽에 비하면 초라한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글레이저 형제는 훈련장 등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는 요식 행위마저 하지 않고 있죠.

작년 5월 맨유 여자 축구팀 감독에서 스스로 물러난 케이시 스토니도 “훈련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며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맨유는 여자팀 훈련 시설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유러피언 수퍼리그(ESL)’ 출범 사태는 맨유 팬들의 분노에 더욱 불을 붙인 사건입니다.

ESL은 맨유를 포함해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첼시, 아스널, 토트넘 등 이른바 PL의 ‘빅6′를 포함해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AC밀란, 인테르, 유벤투스(이상 이탈리아) 등 유럽 명문클럽 12개가 유럽 최상위 축구 대회를 만들어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맨유 팬들은 작년 5월 리버풀전을 앞두고 일방적인 ESL 참가 결정에 항의하며 격한 시위를 벌였습니다. 일부 몰상식한 팬들이 올드 트래퍼드로 난입해 관중석 좌석 등 내부 시설을 파괴하고 코너 플래그를 뽑는 등 도를 넘는 행위를 하면서 경기가 취소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ESL은 결국 ‘부자 구단을 위한 축제’라는 강력한 반발에 발표 72시간 만에 9개 구단이 탈퇴를 선언하는 등 동력을 상실하며 출범이 무산됐습니다.

지난달 한 팬이 '유나이티드를 사랑하지만 글레이저 가문은 싫어한다'는 문구 앞에서 셀카를 찍는 모습. / AFP 연합뉴스

많은 맨유 팬들은 글레이저 가문이 구단을 위해 돈을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지갑을 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선수 영입에는 그 어떤 구단보다 많은 돈을 썼죠.

영국 축구 전문매체 ‘90min’에 따르면, 맨유는 지난 10년간 선수 이적과 관련해 가장 많은 돈을 쓴 구단입니다.

선수를 영입하며 이적료로 지출한 금액에서 선수를 팔면서 이적료로 벌어들인 금액을 뺀 돈이 무려 10억7500만유로(약 1조4822억원)입니다. 다만 축구에 대한 확실한 철학 없이 무분별하게 돈을 쓴 결과는 ‘PL 최다 우승팀의 9년 연속 리그 정상 등극 실패’로 이어졌죠.

글레이저 체제에서 2013년부터 작년까지 단장을 맡았던 에드 우드워드가 팀 성적 부진의 원흉으로 꼽히곤 합니다.

JP모건 컨설턴트 출신인 그는 각종 스폰서 계약 등으로 구단에 많은 수익을 안겨다 주었지만, 축구에 대한 ‘인사이트’ 부족을 드러내며 이적 시장에선 끔찍한 계약을 하곤 했죠. 쓸데없이 돈을 많이 퍼다주는 ‘호구 계약’도 많았고, 팀의 방향성을 고려하지 않는 영입이 줄을 이었습니다.

주급 7억원을 받고도 맨유에서 부진을 이어간 알렉시스 산체스. / AP 연합뉴스

주급 7억원의 사나이 알렉시스 산체스가 가장 대표적인 ‘먹튀’로 꼽히죠. 기존 주급 체계까지 무너뜨리며 2017년에 데려온 산체스는 맨유 유니폼을 입고 두 시즌을 뛰며 PL에서 단 3골에 그쳤습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유벤투스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미드필더 폴 포그바는 맨유로선 최악의 장사를 한 선수입니다. 맨유 유스팀 출신으로, 2012년 자유계약으로 이적료 없이 유벤투스로 향했던 그는 이탈리아에서 맹활약하며 2016년 1300억원이 넘는 이적료를 기록하며 다시 맨유로 갑니다.

하지만 맨유에선 6시즌을 뛰면서 잦은 부상 등으로 이름값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첫 세 시즌엔 31골을 넣으며 맨유 공격에 힘을 실었지만, 2019-2020시즌부터 세 시즌 동안은 8골에 그치고 말았죠.

결국 그는 지난 6월 다시 유벤투스로 가게 됩니다. 맨유는 이번에도 포그바가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라 이적료를 한 푼도 못 챙겼습니다.

그 밖에도 앙헬 디마리아와 후안 마타, 마루앙 펠라이니 등 ‘이 선수를 왜 데려왔느냐’는 팬들의 원성을 산 영입을 꼽으라면 열 손가락이 모자랍니다. 맨유 레전드 풀백인 게리 네빌은 “퍼거슨 감독 사임 이후 10년 동안 영입한 선수 4명 중 3명꼴로 실패했다. 프로 구단이 이런 결과를 낸 것은 끔찍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리버풀전을 앞두고 구단주 글레이저 가문에 대한 맨유 팬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땅에 처박힌 에이브러험 글레이저 구단주의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퍼거슨 감독 사임 이후 맨유의 PL 순위는 7-4-5-6-2-6-3-2-6입니다. 주제 모리뉴 감독이 이끈 2017-2018시즌과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20-2021시즌에 2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명문 맨유에 팬들이 거는 기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성적입니다.

솔샤르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고, 랄프 랑닉이 ‘소방수’로 나섰던 지난 시즌 맨유는 6위로 처지며 챔피언스리그 진출권도 따내지 못했습니다. 맨유는 아약스를 이끌고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정규리그) 3연패, 2018-2019 챔피언스리그 4강을 일궈낸 에릭 텐하흐 감독에게 올 시즌 지휘봉을 맡겼고요.

출발은 끔찍했습니다. 맨유는 1라운드에서 브라이튼에 1대2로 패했고, 2라운드에선 브렌트퍼드에 0대4 대패를 당했습니다.

충격적인 대패에 맨유 팬들은 난리가 났죠. 다시 글레이저 가문에 대한 분노가 폭발했고, 3라운드 리버풀전을 앞두고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던 겁니다.

그때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뜬금없이 “맨유를 사겠다”고 트윗을 한 뒤 4시간여 후에 농담이라고 번복한 일이 있었습니다. 흔히 있는 머스크의 ‘입방정’에 맨유 주가는 17%까지 급등했습니다. CNBC 방송은 맨유의 시즌 초반 성적에 실망한 팬들이 글레이저 가문을 비난하는 상황에서 머스크의 트윗이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글레이저 가문은 구단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지난달 “글로벌 화학기업 이네오스를 설립한 영국 억만장자 짐 랫클리프가 구단 지배권을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관심을 표했다”고 보도했고요.

하지만 그동안 글레이저 가문이 맨유를 사겠다는 여러 제안을 단호하게 거부해온 만큼 실제 매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5일 “글레이저 가문이 맨유에 37억5000만파운드(약 5조9587억원)라는 가격표를 붙였다”고 전했습니다. 6조원 정도면 팔겠다는 겁니다.

어쨌든 요즘 맨유 분위기는 또 좋습니다. 3라운드에서 강호 리버풀을 2대1로 잡더니 6라운드에선 라이벌 아스널을 3대1로 물리치며 리그 4연승을 내달렸습니다. 그래서인지 맨유 팬들의 분노도 조금 잦아든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팬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성적을 잘 내는 것이니까요.

지난해 수퍼볼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든 탬파베이 버커니어스 구단주 조엘 글레이저. / AFP 연합뉴스

글레이저 가문은 사실 맨유와 함께 소유한 NFL 탬파베이 버커니어스 팬에게도 오랜 시간 욕을 먹었습니다. 버커니어스도 2020시즌을 앞두고 1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만년 하위팀이었거든요.

그런데 2020년 3월 ‘잭팟’을 터뜨렸습니다. 버커니어스가 수퍼볼에서 6회 우승한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 톰 브래디를 영입한 것입니다.

전설의 쿼터백 브래디를 앞세운 버커니어스는 기대대로 2021년 수퍼볼 정상에 올랐고, 브래디는 개인 통산 7번째 우승 반지를 끼게 됩니다. 버커니어스 팬들에겐 글레이저 가문은 브래디를 사 주신 고마운 구단주가 된 거죠.

브래디가 은퇴를 번복하면서 버커니어스는 올 시즌도 브래디와 함께합니다. 2015년부터 2017, 2019, 2021년까지 2년 주기로 우승한 브래디가 2023년 수퍼볼에서도 정상에 올라 신화를 이어갈지 지켜볼 일입니다.

2020-2021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에 입 맞추는 토마스 투헬 첼시 감독. 하지만 그는 두 시즌 만에 첼시 지휘봉을 내려 놓게 됐다. / 로이터 연합뉴스

◇ 팀을 사고 100일 만에 챔스 우승 안긴 감독을 잘라버렸다

글레이저 가문을 살펴본 김에 PL의 다른 구단주에 대해서도 알아볼까요?

사실 PL의 구단주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첼시의 전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56)일 것입니다. 로만은 2003년 7월 런던을 연고지를 둔 첼시를 1억4000만 파운드에 인수했습니다.

그는 1905년에 창단해 당시 1부 리그 우승이 1954-1955시즌 단 한 번밖에 없었던 첼시를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로만의 지원 속에 주제 무리뉴와 카를로 안첼로티, 안토니오 콘테 등 세계적 명장들이 첼시 지휘봉을 잡았죠.

BBC에 따르면 아브라모비치가 첼시 구단주로 취임한 이후 19년간 이적 시장에서 쓴 돈은 3조원이 넘습니다. 첼시는 로만 체제에서 PL 우승 5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FA컵 우승 5회의 업적을 쌓았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로만은 지난 3월 첼시를 매각해야 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이며, 러시아의 대표적인 올리가르히(신흥 재벌)인 그가 서방의 경제 제재 대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서방 제재로 팀을 매각한 로만 아브라모비치 전 구단주는 첼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 AFP 연합뉴스

로만이 스스로 내놓은 첼시의 새 주인이 된 이는 미국인 사업가인 토드 보얼리(49)가 중심이 된 ‘블루코 22 리미티드’란 컨소시엄입니다.

MLB 구단인 LA 다저스와 NBA 팀인 LA 레이커스의 지분을 소유한 보얼리는 로만이 강제로 구단을 팔게 되자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 5월 인수전에 뛰어들었습니다. 결국 승리하며 첼시의 실질적 구단주가 됐죠.

첼시 현지 팬들은 팀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던 로만의 빈자리를 아쉬워하며 미국인 사업가 보얼리가 글레이저 가문처럼 축구를 수익의 수단으로만 바라보지 않을까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보얼리는 일단 향후 10년 동안 구단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금지하고, 부채 규모를 제한하는 등 이른바 ‘안티 글레이저 조항’을 받아들이며 첼시 팬들의 걱정을 조금 덜어줬습니다.

그리고 6월 첼시의 오너가 된 후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칼리두 쿨리발리, 마르크 쿠쿠렐라, 라힘 스털링, 웨슬리 포파나,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 등을 영입하며 적극적으로 움직였죠. 보얼리의 화끈한 지원 속에 첼시는 2억8200만유로를 지출하며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쓴 PL 구단이 됐습니다.

첼시는 지난 5일엔 팀의 현재이자 미래인 ‘성골 유스’ 리스 제임스와 6년 재계약을 맺었죠. 또 다른 ‘성골’인 메이슨 마운트와의 재계약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디나모 자그레브전을 관전하는 토드 보얼리(오른쪽) 첼시 구단주. 그는 첼시가 패하자 투헬 감독을 곧바로 경질했다. / 로이터 연합뉴스

그런데 갑자기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보얼리가 첼시를 인수한 지 100일이 흐른 지난 7일, 첼시 구단이 토마스 투헬 감독을 경질한 것입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서 첼시가 디나모 자그레브에 0대1로 일격을 당한 날이었죠.

PL에서 3승1무2패(6위)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짐을 싸야 하는 성적은 아니기에 첼시 팬들의 충격은 컸습니다. 더구나 투헬은 2020-2021시즌 도중 첼시에 부임해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따낸 특급 감독이었으니까요.

투헬의 갑작스런 경질 배경을 놓고 영국 현지에서 수많은 기사가 쏟아지는 가운데 보얼리 회장을 포함한 첼시의 보드진이 새 판을 짜기 위해 투헬을 물러나게 한 것이란 보도가 많습니다. 보드진이 괴팍한 성격으로 유명한 투헬과 대립한 끝에 내린 결정이란 얘기도 계속 나오고요.

첼시 소식에 정통한 맷 로 텔레그레프 기자는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보얼리와 투헬은 끊임없이 부딪쳤고, 첼시에 새 문화를 불어넣길 원했던 보얼리는 투헬이 이에 적합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특히 보얼리가 호날두의 영입을 원하는 상황에서 투헬은 이를 반대했는데, 구단주는 단순한 거절이 아닌 자세한 설명을 원했다. 이에 투헬이 분노했다”고 전했습니다. 보얼리와 투헬은 1973년생 동갑내기입니다.

최근까지 보얼리 구단주의 행보에 호의적이었던 첼시 팬들은 너무나도 이른 투헬의 경질 소식에 화가 나 있습니다.

사실 리그가 시작하고 6라운드 만에 감독이 쫓겨나는 일은 보기 드문 일이니까요. 더구나 투헬은 불과 1년 전에 첼시에 ‘빅 이어(챔피언스리그 트로피의 별칭)’를 안긴 사령탑입니다. 보얼리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만수르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맨체스터 시티를 PL 최정상 클럽에 올려 놓았다. /조선일보DB

◇ 맨시티 팬들의 사랑 한몸에 받는 ‘리얼 부’

다음으로 소개할 이는 우리나라에도 ‘부(副)의 상징’으로 잘 알려진 ‘만수르’입니다. 52세인 그의 풀 네임은 만수르 빈 자이드 빈 술탄 알 나얀으로 보통은 셰이크 만수르로 줄여 부릅니다. UAE(아랍에미리트)의 부총리로, 형이 현재 UAE의 대통령이자 아부다비 국왕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얀입니다.

만수르는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의 구단주로 유명한데, 사실 맨시티는 아부다비 유나이티드 그룹(ADUG)이 지분의 78%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만수르는 ADUG의 소유주였고요.

만수르의 재산 규모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순자산은 400억달러(약 55조2000억원)로 추산됩니다.

하지만 만수르가 자신의 개인 자산으로 맨시티를 운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수르가 맨시티 구단에 투자하는 비용은 ADUG 사모펀드에서 운용하는 자금입니다. UAE 왕실의 경우엔 ‘오일 머니’ 등을 사모펀드에 투자해 국가 자금을 운용하곤 합니다.

만수르는 2008년 맨시티를 사들이는데 이 결정이 PL의 운명을 갈라 놓았습니다.

1998-1999시즌에 3부 리그까지 떨어졌던 맨시티는 만수르가 인수할 당시에도 맨체스터에선 맨유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는 팀이었습니다. 2003-2004시즌 PL 16위, 2005-2006시즌 15위 등 하위권을 맴돌던 팀은 만수르의 품에 들어오면서 강팀으로 변모합니다.

맨시티는 2011-2012시즌,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버저비터’ 골에 힘입어 극적으로 PL 정상에 올랐습니다. 이후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만수르 체제에서만 6번의 PL 우승을 차지합니다. 최근 5시즌 동안 네 번 챔피언 트로피를 들었으니 명실상부한 PL 최강팀이라 할 만합니다.

맨시티가 PL을 주름잡는 강팀이 된 데에는 만수르 구단주의 천문학적인 투자가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만수르가 구단주로 부임한 후 10년 동안 맨시티는 16억5605만유로(약 2조2815억원)를 스쿼드 구성을 위한 이적료로 지출했습니다.

맨유 팬들의 미움을 한몸에 받는 글레이저 가문과 달리 맨시티 팬들은 대체로 만수르를 좋아합니다. 통 큰 투자로 팀을 환골탈태시켰으니까요.

만수르 구단주는 2010년 팬들에게 직접 쓴 편지를 공개하는 등 팬들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자주 드러냈습니다. 맨시티 에티하드 스타디움 근처에 펍을 직접 사서 경기장에 들어오지 못하는 팬들이 그곳에서 TV로 경기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물론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직관’ 팬들을 위해 경기장 일부 좌석엔 히터를 설치해주기도 했습니다.

글레이저 가문과 달리 구단 시설이나 유스팀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현재 맨시티의 클럽하우스와 트레이닝 시설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합니다. 만수르 구단주가 토대를 마련해준 결과 맨시티 유스팀은 최근 리그 톱 수준으로 올라왔고, 앞으로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할 것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만수르는 맨시티를 중심으로 전 세계 수많은 축구팀을 인수했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지주회사인 시티풋볼그룹을 만들었습니다. 미국 뉴욕 시티 FC와 호주 멜버른 시티 FC,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시티 토르케, 인도 뭄바이 시티 FC 등의 구단이 시티풋볼그룹에 속해 있습니다.

만수르는 글로벌한 가치를 지닌 축구를 활용해 구단 연고지의 부동산에 대규모 투자를 해서 큰 수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열혈 구단주인 동시에 축구로 돈을 버는 영리한 사업가이기도 합니다.

존 헨리 리버풀 구단주와 아내 린다. 둘의 나이 차이는 29세다. / 리버풀 에코

◇ 붉은 명문팀 리버풀과 레드삭스를 가진 남자

PL을 대표하는 명문 클럽 리버풀의 구단주는 존 헨리(73)입니다. 헨리는 미국의 거대 스포츠 기업인 펜웨이 스포츠 그룹(FSG)의 CEO죠. 헨리가 보유한 스포츠팀은 각 종목에서 한 획을 그은 팀들입니다.

헨리는 미국에선 MLB(메이저리그야구) 명문팀 보스턴 레드삭스의 구단주로 유명합니다. 일리노이주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사업가로 성공하며 억만장자 반열에 오릅니다.

어린 시절 스탠 뮤지얼을 보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응원했던 헨리는 큰돈을 벌자 스포츠 구단 운영에 뛰어들죠. 1999년 MLB 플로리다 말린스의 구단주가 된 그는 2002년 예술품 딜러였던 제프리 로리아에게 구단을 넘기고 2002년 보스턴 레드삭스를 인수합니다.

2003년 헨리는 ‘머니 볼’로 유명한 빌리 빈을 새 단장으로 영입하려 했으나 빈은 오클랜드 에슬레틱스에 남겠다고 하죠. 그러자 대학·프로 선수 경력이 전혀 없는 예일대 출신의 서른 살 풋내기 테오 엡스타인을 전격적으로 단장 자리에 앉힙니다.

그리고 레드삭스는 2004년 ‘밤비노의 저주(레드삭스가 1919년 홈런왕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트레이드시킨 후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을 루스의 애칭인 밤비노에 빗댄 것)’를 깨고 86년 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죠.

레드삭스는 이후에도 2007년과 2013년, 2018년 우승 트로피를 들며 헨리 구단주 체제에서 21세기 최고의 명문팀으로 군림합니다.

헨리가 이끄는 FSG는 작년엔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피츠버그 펭귄스를 인수했습니다. 펭귄스는 스탠리컵 우승을 5번 거둔 명문팀입니다. 마리오 르뮤와 시드니 크로스비 등의 레전드로 유명한 팀이죠.

2007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고 트로피를 든 존 헨리. 그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스포츠 팬들에게 헨리는 성과를 내는 구단주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영국의 리버풀 팬들은 헨리에 대해 이중적인 감정입니다.

일단 헨리의 등장은 리버풀엔 희소식이었습니다. 헨리의 FSG가 2010년 리버풀을 인수할 당시 구단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미국인인 톰 힉스와 조지 질레트 구단주가 빚에 허덕이며 구단을 파산 위기로 몰고 갔기 때문이죠.

다행히 헨리의 FSG가 리버풀의 새 주인이 되며 구단은 재정적으로 안정을 찾습니다. 그리고 2015-2016시즌 위르겐 클롭이 새로 지휘봉을 잡으며 리버풀은 옛 명성을 되찾게 됩니다.

리버풀은 2019년 14년 만에 UEFA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었고, 2019-2020시즌엔 30년 만에 PL 정상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헨리의 FSG에 대한 리버풀 팬들의 불만도 많습니다. 효율적인 경영을 한다는 명분으로 매 시즌 이적시장이 열릴 때마다 스쿼드 보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팬들의 애를 태웁니다. 클럽 최고 레전드 중 하나인 스티븐 제라드에겐 2015년 형편없는 계약 조건을 디밀어 팀을 떠나게 해 팬들의 분노를 자아냈죠.

리버풀은 올 시즌 시작이 좋지 않습니다. 2승3무1패로 PL 7위에 처져 있고,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선 김민재가 뛴 나폴리에 1대4로 패했습니다. 이대로 부진이 계속된다면 불만의 화살이 또 헨리에게 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 열린 수퍼볼에서 우승하고 트로피를 높이 든 스탠 크랑키 LA 램스 구단주의 모습. / 트위터

◇ 수퍼볼 먹은 ‘우승 청부사’의 기운이 아스널에도?

아스널의 구단주 스탠 크랑키(75) 역시 스포츠 재벌로 통하는 인물입니다.

미국 4대 스포츠 중 MLB를 제외한 NFL(LA 램스)과 NBA(덴버 너기츠), NHL(콜로라도 애벌랜치) 팀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MLS(미프로축구) 콜로라도 래피즈의 구단주이기도 하고요. 심지어 게임인 콜오브듀티, 오버워치 리그 팀도 소유하고 있죠.

크랑키는 미주리주 컬럼비아 출신으로 미주리 대학교를 나와 세인트루이스에 본사를 둔 부동산 기업을 운영하며 부를 축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는 정작 세인트루이스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인물 중 하나입니다. 2016년에 더 큰 수익을 위해 NFL 세인트루이스 램스의 연고지를 LA로 옮겼기 때문이죠.

크랑키는 최근 ‘우승 구단주’로 이름을 날리고 있습니다. LA 램스가 올해 수퍼볼 정상에 올랐고, 콜로라도 애벌랜치가 지난 6월 NHL 스탠리컵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심지어 그가 소유한 NLL(북미라크로스리그) 팀인 콜로라도 매머드도 비슷한 시기에 우승 트로피를 들었습니다.

이를 본 아스널 팬들도 우리에게도 구단주의 ‘우승 운’이 오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크랑키는 2007년부터 아스널 인수전에 뛰어들었습니다. 2011년 지분의 63%를 가지게 됐고, 2018년엔 100%에 가까운 지분 소유를 하게 되며 완전한 주인이 되었죠.

하지만 크랑키도 아스널 팬에게 인기 있는 구단주는 아니었습니다. 역시 팬들의 가장 큰 불만은 선수 영입 등에 돈을 적게 쓴다는 점이었습니다. 일부 아스널 팬들은 만수르 맨시티 구단주가 처음에 맨시티가 아닌 아스널을 사겠다는 의사를 비쳤을 때 받아들였어야 했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죠.

작년 4월 아스널 팬들은 ESL 참가 결정과 관련해 구단주 퇴출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스웨덴 출신의 다니엘 에크가 “어렸을 때부터 응원했다”며 아스널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이 나왔죠.

이에 크랑키의 아들인 조시(42)가 팀을 매각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조시는 아버지에 비해 축구에 관심이 많은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시즌 아스널이 개막 후 3연패를 당했을 때 조시가 아르테타 감독을 믿고 지지해 주는 장면이 아마존프라임 다큐를 통해 공개되며, 팬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최근엔 크랑키가 아스널을 위해 돈 보따리를 꺼내는 느낌입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가브리엘 제주스, 올레산드르 진첸코, 파비우 비에이라 등을 영입하며 1억2000만파운드를 투자했습니다. 아스널은 초반 5승1패로 PL 선두를 달리며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습니다.

토트넘 구단주인 조 루이스(왼쪽)와 구단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다니엘 레비 회장. / 트위터

◇ 축구에 무관심한 ‘짠돌이’ 구단주가 지갑을 열었다

이제 ‘빅6′ 중 토트넘 홋스퍼만 남았습니다. 그렇다면 손흥민의 팀 토트넘의 구단주는 누굴까요?

토트넘은 ENIC그룹이 지분의 85.55%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조세 피난처’인 바하마로 이주한 잉글랜드 기업인 조 루이스(85)가 ENIC그룹의 대주주이며, 루이스는 우리에게 친숙한 다니엘 레비(60) 회장에게 구단 업무를 맡기고 있습니다. 레비 회장은 토트넘 지분의 25%가량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죠.

루이스와 레비는 모두 유대인입니다. 토트넘의 이전 홈 구장인 화이트 하트레인 근처엔 대규모 유대교 공동체가 있습니다. 토트넘 팬 중 유대인이 많은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웨스트햄와 첼시 등 런던 라이벌 팀의 일부 훌리건들은 토트넘 팬을 향해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를 들먹이는 몰상식한 행동을 하기도 하죠.

풋볼런던에 따르면, 2001년 토트넘을 인수한 루이스 회장은 영국에서 43번째로 부자이며, 42억8500만파운드의 자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토트넘 팬들에게 그는 ‘짠돌이’로 악명이 높습니다. 토트넘 경기를 보러 왔다가 해리 케인이 누구냐고 물어봤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축구에 관심이 없기도 합니다.

그동안은 큰돈을 쓰는 대신 ‘장사의 신’이라 불리는 레비 회장의 사업적 수완에 기댄 측면이 큽니다.

축구 전문 매체 ‘풋볼 트랜스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토트넘은 이적료로 10억1300만유로를 썼고, 6억7700만유로를 벌었습니다. 그 차이를 일컫는 ‘넷 스펜드(Net spend)’가 3억3600만유로인데 빅 클럽 중에선 가장 적은 편입니다.

맨유만 보더라도 지난 10년 동안 이적료로 15억4500만유로를 지출한 반면 이적료 수익은 4억7000만유로에 그쳤습니다. 토트넘이 2019년 개장한 최신식 구장인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건설에 많은 돈을 썼다는 점도 선수 보강에 소홀했던 이유가 될 수는 있겠죠.

아무튼 그동안 ‘짜다’는 이미지를 달고 다니던 루이스 회장이 올 시즌을 앞두고는 화끈하게 지갑을 열었습니다.

지난 시즌 도중 부임한 콘테 감독이 득점왕 손흥민 등의 활약에 힘입어 리그 4위로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이뤄내자 그는 통 큰 지원으로 화답했습니다. 기대대로 1억5000만파운드의 현금이 투입돼 히샬리송과 이반 페리시치 등 7명을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이런 만큼 올 시즌 토트넘이 어떤 성적을 내는지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토트넘은 6라운드를 마친 현재 4승2무로 PL 3위입니다.

뉴캐슬의 새 주인이 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그는 사우디의 실권자다. / AP 연합뉴스

◇ ‘투 황’의 구단주는 그리스 선박왕

이 밖에도 PL엔 주목할 구단주들이 많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컨소시엄은 작년 10월에 뉴캐슬을 인수했습니다. 그 국부펀드의 의장이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37) 왕세자죠.

빈 살만 왕세자는 맨시티 구단주로 통하는 만수르보다 재산이 더 많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입니다. 영국 더선에 따르면 사우디 국부펀드의 재산은 3200억파운드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508조원입니다.

빈 살만은 석유에 의존해온 산업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2016년 첨단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사회·문화적 전환을 이루기 위한 국가 혁신 전략인 ‘비전 2030′을 발표했습니다. 뉴캐슬 인수도 그런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됩니다.

마리나키스 노팅엄 포레스트 구단주는 그리스의 선박왕으로 유명한 부호다. / 트위터

노팅엄 포레스트의 구단주는 그리스의 선박왕입니다. 에반겔로스 마리나키스(55) 구단주는 그리스 선박그룹 캐피탈마리타임의 설립자이자 회장입니다. 2010년부터 그리스 명문클럽 올림피아코스의 구단주로 활동한 그는 2017년에 잉글랜드의 노팅엄 포레스트를 인수했습니다.

그리스에서 성매매 알선 및 마약 밀매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으며 노팅엄 인수에 성공한 그는 2019년에는 승부 조작과 범죄 조직 연루 혐의로 그리스 당국의 조사를 받았으나 이번에도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우리에겐 황의조·황인범이 뛰는 올림피아코스의 구단주로 친숙합니다. 황의조가 올림피아코스에서 1년 임대로 뛴 다음 노팅엄으로 가게 된 것도 구단주가 같아 가능한 계약이었습니다.

올 시즌 23년 만에 PL로 올라온 노팅엄은 마리나키스 구단주의 지원을 받아 올여름 이적 시장에서 1억6200만유로를 지출해 단숨에 ‘큰 손’이 됐습니다. 하지만 6라운드를 치른 현재 1승1무4패로 강등권인 19위에 처져 있습니다.

2018년 헬기 사고로 사망한 위차이 시왓다나쁘라파 레스터시티 구단주를 추모하는 모습. / AP 연합뉴스

레스터시티는 태국인이 주인인 구단입니다. 태국 최대 면세점인 ‘킹 파워 인터내셔널’의 창업자 겸 CEO인 위차이 시왓다나쁘라파(1958~2018)는 2010년 레스터시티 구단을 인수했습니다.

구단주의 착실한 투자와 함께 성장한 레스터시티는 2015-2016시즌 빅 클럽들을 제치고 기적의 우승을 차지하게 되죠. 잉글랜드 8부 리그 출신의 제이미 바디, 169cm의 단신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 프랑스 빈민가 출신 리야드 마레즈 등이 뭉쳐서 일궈낸 값진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시왓다나쁘라파 구단주는 그 영광을 오래 누리지 못했습니다. 2018년 타고 있던 헬기가 홈구장 킹파워 스타디움 근처에 추락하며 사망하고 맙니다.

당시 수많은 레스터 시민들이 사고 현장 주변으로 몰려와 꽃과 구단 유니폼을 놓고 애도를 표했고, 팀을 대표하는 스타 공격수 바디는 트위터에 ‘내게 당신은 전설이었다. 넓은 가슴을 가진 레스터시티의 영혼이었다’고 썼죠.

현재는 위차이 회장을 대신에 아들인 아이야왓 시왓다나쁘라파(37)가 레스터시티를 소유한 킹 파워의 CEO를 맡고 있습니다.

풀럼 구단주인 샤히드 칸은 파키스탄계 미국인으로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으로 불린다. / 풀럼 홈페이지

역시나 런던을 연고로 한 풀럼의 구단주는 파키스탄계 미국인인 샤히드 칸(72)입니다.

파키스탄 펀자브 지역인 라호르에서 태어난 그는 16세 때 미국에 이민을 와서 접시닦이 등을 하며 돈을 벌었습니다. 자동차 부품회사인 플렉스-엔-게이트에 취업해 나중엔 이 회사의 소유주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으로 불리는 칸은 작년 포브스 선정 400대 미국 부자 순위에서 94위에 올랐습니다. 2011년 잭슨빌 재규어스를 인수하면서 NFL 팀을 소유한 첫 소수 민족 구단주가 됐습니다. 2013년엔 풀럼을 인수했고요.

샤히드 칸의 아들인 토니 칸(40)이 풀럼의 부회장으로 실질적인 구단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토니는 2019년 팀이 강등권으로 떨어진 것에 대해 화가 난 풀럼 팬이 ‘제발 좀 내 구단을 떠나달라’고 한 트윗에 ‘지옥에나 가라. 나는 절대 풀럼을 떠나지 않는다. 이 클럽에서 죽을 것’이란 답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장민석의 플레이 볼!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79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