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보>(169~196)=조한승에겐 한때 팬들이 붙여준 ‘2% 부족’이란 별명이 따라다녔다. 감각이나 수읽기는 천하일품인데 근성이 약간 부족해 정상에 오르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담고있다. 그러나 요즘 바둑을 보면 예전의 그 조한승이 아니다. 최정과의 예선 결승서 AI 승률 1%를 뒤집더니, 이 판에선 대마가 죽고도 항전을 계속 중이다. ‘마흔 살에 불붙은 투혼’이랄까.

흑은 마지막으로 상중앙 백 대마를 물고 늘어지고 싶지만 169를 생략할 수 없어 뜻대로 안 된다. 백은 170으로 뿌리채 끊어 말썽의 여지를 제거해버린다. 173으로 패를 해소하고 우상귀 일대를 크게 키웠지만 좌중앙서 입은 피해와는 비교가 안 된다. 183은 절대수. 손 빼면 ‘가’에 선치중 후 ‘나’에 붙여 귀에서 패가 발생한다.

195는 참고 1도 1이 정수. 2 이하로 추궁해 와도 5까지 산다. 좌하귀 역시 12까지 아무 수도 안 난다. 195는 이른바 ‘던질 곳을 찾은 수’로, 196을 맞아 하변 흑이 도로 잡히고 바둑도 끝났다. 참고 2도 1, 3으로 저항해도 자충으로 또 한 집을 낼 수 없다. 포연(砲煙)이 걷히고 파란만장했던 격전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