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보>(55~67)=’맞보기’는 크기가 비슷한 두 곳을 놓고 흑백이 하나씩 권리를 갖는 바둑 개념이다. 하지만 둘의 크기나 가치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지급 방식’이 한쪽은 현찰, 다른 한쪽은 어음인 경우도 자주 등장한다. 맞보기라 해도 깊은 수읽기로 더 큰 이득을 취하는 쪽이 고수다.

백 △는 우변 흑진 침투와 56 한 점을 구출하는 축머리를 맞보기로 노리는 점. 설현준은 55로 받아 우변 실리를 택했고, 김명훈은 주저 없이 축으로 잡혀있던 □를 움직였다. □는 단순한 포로 하나가 아니라 흑을 양분(兩分)하는 요석이다. 백은 참고 1도 9까지 중앙 흑을 곤마로 띄워 공격할 참이다.

하지만 설현준은 ‘가’로 느는 대신 57이란 멋진 행마를 준비했다, 58을 기다려 59로 하변 흑을 보강한 것은 정수. 참고 2도 1로 밀고 싶지만 2, 4 반격 후 A, B를 맞봐 단숨에 망한다. 65까지 되고 보니 흑이 한 발 먼저 나가는 형태여서 참고 1도보다 훨씬 편하다. 67도 공수의 급소. 맞보기 거래에서 흑이 호점을 찾아내 재미를 좀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