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보>(52~75)=김지석 바둑의 최정점(頂點)은 2014년 하반기였다. 삼성화재배 준결승서 당시 중국 최강자 스웨를 꺾은 뒤 LG배 준결승서도 최철한을 눕혔다. 12월 삼성화재배 결승서 탕웨이싱을 완봉, 생애 첫 메이저 정복을 이뤘지만 이듬해 2월 열린 LG배 결승에선 박정환에게 막혔다. 만약 그때 김지석이 2관왕에 올랐더라면 세계 타이틀 지도가 달라졌을지 모른다.

▲가 놓인 장면. 백이 52, 54로 붙여 처리하자 흑은 55로 날아갔다. 누가 봐도 반상 최대의 자리다. 56의 당연한 침입 때 흑의 응수가 까다롭다. 보통은 참고 1도 1이지만 지금은 백이 2, 4 활용 후 12까지 준동해 골치 아파진다. 57은 우상귀 일부를 잠식당하더라도 중앙을 지배하겠다는 결단의 한 수.

여기서 58, 60이 힘바둑의 대가 김지석다운 초강수였다. 바둑인들의 은어로는 ‘무식한 수’다. 65에 붙여 흑 64 때 68로 되젖혀 살 수 있지만 우선 중앙부터 지배한 뒤 뛰어들겠다는 뜻. 63까지 외곽이 튼튼해진 뒤 참고 2도는 위험하므로 64는 정수다. 결국 74까지 백은 두터움을 내준 대신 우상귀를 크게 도려냈다. 흑은 중앙 거병(擧兵)에 앞서 75로 붙여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