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국가대표 김나영이 지난 3일 진천선수촌 내 훈련장 탁구대 앞에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준비 자세를 취한 모습. 지난해 중학교를 졸업하고 실업팀 포스코에너지에 입단한 그는 올해 종별선수권 3관왕, 국가대표 선발전 1위에 이어 프로탁구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팀 우승을 이끌었다. 한 살 위 신유빈과 함께 한국 여자 탁구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로 꼽힌다. /이태경 기자

‘탁구 신동’ 신유빈(18·대한항공)의 등장으로 떠들썩했던 한국 여자 탁구에 또다시 샛별이 등장했다. 그 이름은 김나영(17·포스코에너지). 그는 지난 4월 국내 최대 규모 실업 대회인 종별선수권에서 3관왕을 차지했고, 같은 달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로 태극마크를 달며 급부상했다. 지난달 프로탁구 1부 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선 혼자 2승을 올려 팀의 3대1 승리를 이끌며 우승에 공헌했다.

전혜경 포스코에너지 감독은 “신유빈과 함께 몇십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다. 앞으로 찾아올 고비를 잘 넘기고 몸 관리에 신경 쓴다면 한국 탁구를 책임질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탁구 국가대표 김나영이 지난 3일 진천선수촌 내 훈련장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이태경 기자

김나영은 지난달 말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대표팀 동료와 함께 훈련 중이다. 오는 10일 크로아티아로 출국해 컨텐더, 피더 시리즈 등 국제대회에 나선다. ‘제2의 신유빈’이란 별명이 따라다니는 그는 최근 선수촌 훈련장에서 본지와 만나 “유빈 언니는 제게 선의의 경쟁자인 것 같다”고 했다.

“유빈 언니와 비교되는 게 싫다거나, ‘내가 왜 제2의 신유빈이야?’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유빈 언니 덕분에 탁구에 다들 관심이 많아지셨고요. 그렇지만 이제 앞으로는 제가 뭔가 잘했을 때 ‘제1의 김나영’으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김나영은 ‘탁구 DNA’를 타고났다. 아버지는 김영진 한국수자원공사 감독이며, 어머니는 한국화장품에서 선수 생활을 한 뒤 학교 코치로 활동한 양미라씨다. 원래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김나영이 초1 때 탁구를 시작한 건 순전히 어머니 때문이었다.

“엄마가 (코치 일 때문에) 외국에 많이 나가고 평소에도 집에 늦게 들어오셨거든요. 전 그냥 엄마가 좋아서, 엄마한테 ‘같이 있을 방법이 뭐야’라고 물어봤더니 엄마가 ‘탁구 하면 돼’라고 하셨어요.”

어렸을 땐 친구들과 놀지 못하고 탁구 연습만 하는 게 힘들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때 대회에서 성적을 내기 시작하며 점차 승부욕이 생기고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그는 우월한 신체 조건과 부모에게 배운 공격적인 탁구로 학생 무대를 평정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키가 165㎝였고, 현재는 171㎝다. 그의 롤모델은 파워풀한 공격력과 큰 키(172㎝)에도 빠른 움직임을 선보이는 세계 3위(여자 단식) 왕만위(중국)다.

탁구 국가대표 김나영이 지난 3일 진천선수촌 내 훈련장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이태경 기자

고교 진학을 아예 미루고 대한항공에 입단한 신유빈과 달리 김나영은 학업을 병행하는 길을 택했다. 작년 초 대전 호수돈여중을 졸업하고 포스코에너지에 입단하면서 인천여고 부설 방송통신고에 진학해 일주일에 한 번 등교하고, 평소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 이와 별도로 아침마다 전화를 통해 영어 회화 공부도 한다.

김나영은 방송통신고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중학교 때 수업을 듣느라 훈련을 많이 하지 못했고, 오후·야간 훈련을 하니 다음 날 너무 힘들었다”며 “탁구에 더 몰두하고 매진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나영이 실업팀을 처음 본격적으로 접한 건 중3 때였다. 포스코에너지에 정식으로 입단하기 전에 6개월 동안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다. 그는 “‘한번 도전해보자’ 했는데, 처음엔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언니들 공이 너무 빠르고 세게 와서 받기 어려웠어요. 공 회전량도 많고, 서브도 학생들보다 훨씬 복잡하게 하고요. 언니들과 연습이 아예 안 될 정도였어요.”

탁구 국가대표 김나영이 지난 3일 진천선수촌 내 훈련장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이태경 기자

그런데 열심히 노력했더니 불과 1~2주 만에 실력이 늘어 언니들과 함께 연습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한다. 김나영은 “언니들이 많이 조언하고 격려해준 덕분”이라고 했다. 오광헌 탁구 여자 대표팀 감독은 “다양한 기술을 구사하는데 완성도는 아직 70점 정도”라면서도 “새로운 걸 굉장히 빨리 습득하고, 배우려는 의지도 강하다”고 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한 김나영은 “제가 어려서 언니들이 저랑 경기하면 부담을 가졌던 것 같다. 배운다는 마음으로 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1위를 했다”고 했다.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두고 있었지만, 아시안게임이 중국 내 코로나 확산으로 미뤄져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그는 “1년 동안 연습할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한다”며 “수비가 아직 많이 불안해서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나영은 “아시안게임에 나간다면, 다양한 스타일의 선수들을 상대로 당황하지 않고 한 경기 한 경기 잘 풀어나가다 보면 메달을 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에게 선수 생활 목표를 물었더니 당찬 대답이 돌아왔다. “중국 청두 세계선수권대회가 만약 열린다면 언니들과 힘을 합쳐 좋은 결과를 내고 싶고, 장기적으로는 올림픽 금메달이에요.”

/진천=김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