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22) 9단이 새해 첫 타이틀 사냥에 나선다. 무대는 제26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 중국 랭킹 4위 양딩신(24) 9단과 내달 7, 9, 10일 결승 3번기를 갖는다. 어느 한쪽이 2대0으로 앞서면 3국은 없다.
LG배 역대 챔프 간 결승전은 2009년 이세돌·구리전 이후 13년 만이다. 신진서는 24회(2020년), 양딩신은 23회(2019년) 우승자다. LG배 복수(複數) 제패 기사는 이창호(4회), 이세돌, 구리(이상 각 2회) 등 3명에 불과했다. 현재 춘란배도 보유 중인 신진서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대선배들 틈에 끼어들게 된다면 큰 영광이죠. LG배는 2년 전 제게 첫 세계 우승을 안겨준 대회여서 모든 걸 쏟아붓는다는 각오로 임할 겁니다.” 그는 난적 커제를 준결서 꺾고 결승에 오른 이번 과정이 과거 어느 대회보다도 내용적으로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양딩신은 김지석 신민준 미위팅을 꺾고 결승 고지를 밟았다. 중국 최연소(9세 9개월) 입단, 최연소(13세 6개월) 타이틀 기록을 모두 보유한 천재로 유명하다. 둘 간 전적은 5승 5패로 호각. 초기 신진서가 2승 5패로 뒤지다 지난해 3연승하며 단숨에 따라잡았다.
양딩신에 대해 신진서는 “초반이 강하고 감각이 뛰어난 기사”라며 후반을 약점으로 꼽았다. 준결승 직후 “양딩신의 단점이 보이지만 공개할 수 없다”던 데서 한 걸음 나간 답변이다. “남은 기간에 상대보다 나 스스로에 대한 문제 분석에 주력할 생각”이라고 했다.
신진서는 중국 기사 상대 공식전서 5개월 넘게 한 판도 패하지 않고 있다. 작년 6월 8일 갑조리그 양딩신전을 출발점으로 올해 1월 20일 딩하오전까지 19연승을 기록 중이다. 비공식전을 포함하면 지난 4일 치른 TWT 인터넷 대회 결승전 패배가 있다. 2004년생 왕싱하오에게 1대2로 졌다.
중국 바둑계의 신진서를 향한 질시의 눈초리는 한국 팬들이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최근 한 전문지는 신진서가 삼성화재배, 국수산맥, TWT, 우슬봉조배서 각각 박정환 변상일 왕싱하오 이동훈에게 패한 것을 강조하면서 “1인자라고 하기엔 약점이 보인다. 중국 선수들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에 대해 신진서는 “내가 최고 컨디션을 못 지키고 결승서 몇 판 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실력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다.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TWT 대회에 대해 “대국 환경이 열악했다”면서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겼다.
하지만 왕싱하오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지 않았다. 신진서는 2년 전 첫 세계 제패 직후 가장 주목하는 신예를 묻는 질문에 네 살 아래 왕싱하오를 지목했었다. “이번에 두어 보니까 당시 받았던 느낌보다도 훨씬 더 올라와 있어요. 곧 초일류 대열에 합류할 것 같습니다.”
지금의 위상을 앞으로 몇 년쯤 더 유지할 수 있을까. 그는 “5년까지는 웬만큼 자신이 있다. 6~7년 후엔 최대한 버티고…. 10년은 욕심이겠지만 목표는 길게 잡는 거니까”라고 했다. 신진서는 “국제 메이저 대회서 2번 우승하는 동안 4번이나 준우승에 그친 것도 이번 LG배서 꼭 우승해야 할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항상 긴장의 연속이라 재미있는 인생은 아니죠. 그러나 프로 기사가 된 이상 목표 달성 때까지 딴 생각 할 겨를이 없습니다. 최고 컨디션을 LG배 결승에 맞추는 것이 당면 과제입니다.” LG배 우승·준우승 상금은 각각 3억원, 1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