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생 범띠 최민정이 호랑이의 해인 임인년(壬寅年)에 열리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금빛 메달에 도전한다. 2관왕에 올랐던 2018년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여자 쇼트트랙 전 종목 세계 1위였던 최민정은 올해는 코로나와 잦은 부상 등으로 세계 7위로 밀려났다. 최근 본지와 만난 최민정은 “제가 다 감수하고 이겨내야 한다. 평창 때 경험을 바탕으로 베이징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최민정이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 매니지먼트사 사무실에서 스케이트 타는 포즈를 취한 모습. /김지호 기자

“올림픽이 마침 호랑이 해에 열려 제게 의미가 큰 것 같아요. 호랑이 기운을 많이 받아서 베이징에서 좋은 모습 보여 드리고 싶어요.”

내달 4일 개막하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34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쇼트트랙은 더 거세진 경쟁자들의 도전을 뿌리치고 20년 넘게 이어온 세계 최강의 명성을 지켜야 한다. 호랑이의 해인 임인년(壬寅年), 여자 쇼트트랙 에이스 최민정(24·성남시청)은 요즘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매일 비지땀을 흘린다. 그는 1998년생 호랑이 띠다. 지난 연말 잠시 선수촌을 나온 그를 만났다. 최민정은 “D-50일부터 ‘이제 올림픽 가는구나’라고 실감나기 시작했다”며 “매일 모든 걸 쏟아붓자는 마음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나와의 싸움 먼저 이기겠다”

최민정은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스타다.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2관왕(1500m, 3000m계주)에 올랐고, 이번 베이징에서도 다관왕을 노린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2018년엔 챔피언, 올해는 도전자의 자격으로 올림픽을 치른다는 것이다.

최민정은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여자 쇼트트랙 세계 1위였다. 현재 세계 1위는 네덜란드의 쉬자너 스휠팅(25)이다. 부상으로 신음하면서 어느새 세계 7위로 밀려난 최민정은 “평창과 비교하면 선수들 실력이 상향 평준화됐다”며 “스휠팅뿐만 아니라 종목별로 특화된 강자가 많다. 이들과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에서 맞붙은 경험을 토대로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최민정에게 최근 2년간은 고통의 시간이었다. 부상이 잦았던 데다 코로나로 훈련도 못 하고 대회도 많이 치르지 못했다.

“스케이트를 아예 탈 수 없다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사이클 등 지상 훈련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죠. 대신 실전 감각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과거 제 경기 영상을 많이 챙겨봤어요.”

최민정은 작년 5월에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심석희(25·서울시청)에 이어 종합 2위로 태극 마크를 따냈다. 하지만 부상이 다시 발목을 잡았다. 작년 10월 월드컵 1차 대회 500m, 1500m 결승에 올랐는데 두 경기 모두 상대 선수와 부딪혀 넘어졌다. 오른쪽 무릎을 다쳐 2차 대회에 나가는 대신 조기 귀국해 치료와 재활에 힘썼다. 그리곤 작년 11월 3차 대회 1000m에서 은메달을 따더니 4차 대회 같은 종목에서 금메달을 걸며 되살아났다.

“아직도 통증이 좀 남아있지만, 쇼트트랙 선수라면 이 정도 부상은 누구나 다 갖고 있죠. 오히려 3차 대회 은메달, 4차 대회 금메달로 한 단계씩 올라갔으니까 올림픽에도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최민정은 올 시즌 월드컵을 치르면서 부족하다고 느꼈던 파워를 끌어올리기 위해 현재 노력 중이다.

“2018년 평창 때보다 2~3kg 빠졌어요. 3~4kg 더 늘리려고 하는데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오후 6시 30분까지 훈련하니 그것도 쉽지 않네요. 고된 하루 일과가 끝나면 집에 있는 강아지 사진이나 동영상 보면서 기분을 전환하고 있어요.”

최민정은 개막 2일째인 2월 5일 혼성 계주에서 첫 메달에 도전한다. “남자 선수와 같이 경기하면 여자 계주와는 속도감이 달라 호흡 맞추기가 쉽지 않아요. 사실 전 메달 목표는 안 세워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이번 베이징에선 시작을 잘해야 대표팀 전체 분위기도 좋을 것 같아 책임감을 갖고 연습 중입니다.”

◇영광·아쉬움이 함께했던 평창

최민정은 별명 ‘얼음 공주’답게 인터뷰 내내 큰 표정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평창을 떠올리면서는 생각이 많아진 모습이었다. 그는 첫 올림픽 무대인 평창에서 전관왕 후보까지 거론됐으나 2관왕에 머물렀다. 500m 결승에선 두 번째로 골인하고도 실격패를 당했고, 1000m 결승에선 심석희와 부딪혀 넘어지면서 메달을 놓쳤다. 최근엔 심석희가 당시 대표팀 코치와 주고받은 스마트폰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고의 충돌 의혹이 일기도 했다.

“평창 이후 추월할 때 반칙 지적 안 받게 안정적으로 경기하자고 다짐하죠. 지금 전 평창 때보다 정신적으로 한층 더 성장한 것 같아요. 긴장되는 상황에서도 스스로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됐거든요.”

최민정의 자신감은 훈련량에서 나온다.

“제가 운동할 땐 좀 완벽주의적인 면이 있어요. 고치고 싶은 게 있으면 잘될 때까지,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계속 연습해요. 불안할 땐 무수히 연습했던 것을 떠올리면 자신감이 생겨요. 이번 베이징에선 평창 때, 그리고 이후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힘들었던 만큼 더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