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훈(왼쪽)과 장우진이 29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 복식 준결승에서 일본 조를 꺾고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하고 있다. /대한탁구협회·월간탁구

장우진(26·국군체육부대)과 임종훈(24·KGC인삼공사)이 한국 남자 탁구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남자 복식 결승에 진출했다.

장우진-임종훈 조(세계 14위)는 29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대회 남자 복식 준결승에서 일본의 도가미 슌스케-우다 유키야 조(4위)를 3대1(8-11 11-4 11-9 11-7)로 꺾었다. 첫 번째 게임에서 패했지만 2~4게임을 내리 따내며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달 카타르 도하 아시아선수권 결승 맞대결에서 1대3으로 패했던 것도 설욕했다. 임종훈은 “첫 게임을 내줘 당황했는데, 결국 이겨내 더 기쁘다”고 했다.

한국 남자 복식은 그동안 세계선수권에서 단 한 번도 결승에 오르지 못하고, 동메달은 8차례 목에 걸었다. 1987년 인도 뉴델리에서 안재형-유남규 조가 처음 메달을 땄고, 가장 최근엔 2017년 독일 뒤셀도르프 대회에서 이상수-정영식 조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해 장우진-임종훈 조는 4년 전 국제무대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뒤 4년 만에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며 세대 교체를 알렸다.

남자 대표팀 에이스인 장우진은 도쿄올림픽 ‘노 메달’에 그치고 이번 대회 개인 단식 1회전에서 패한 아쉬움을 씻어냈다. 또 이번 대회를 통해 대표팀 ‘왼손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임종훈은 개인 단식 32강에서 세계 6위 린윈루(대만)를 꺾었던 기세를 이어갔다.

남자 탁구는 이번 대회 개인 단식에서 임종훈의 16강이 최고 성적일 정도로 부진했다. 장우진을 비롯해 안재현, 이상수(이상 삼성생명) 등 기대를 모았던 선수가 줄줄이 초반에 떨어졌지만, 장우진과 임종훈이 복식에서 남자 대표팀의 자존심을 세웠다. 장우진은 “부담감을 떨쳐내고 즐기면서 경기를 치렀기에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며 “팬들의 응원에 금메달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휴스턴 한인들도 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펼쳤다. 장우진과 임종훈은 “응원해주시고 밥까지 챙겨주신 교민들 덕에 현지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두 선수는 대회 마지막 날인 30일 오전 스웨덴의 크리스티안 카를손-마티아스 팔크 조(31위)와 금메달을 놓고 다툰다. 이들도 준결승에서 중국의 린가오위안-량징쿤 조(2위)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임종훈은 “상대의 기세가 좋지만, 변칙적인 플레이에 잘 대처해서 꼭 우승하겠다”고 했다.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은 1993년 현정화(현 한국마사회 감독)가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것이 마지막이다. 한·중 복식조로 범위를 넓히면 양하은(포스코에너지)이 2015년 쉬신(중국)과 함께 혼합 복식에 나서 우승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