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바둑은 뿌듯한 국제 대회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25회 LG배를 신호탄으로 춘란배와 삼성화재배를 석권했고 단체전인 농심배도 3년 만에 되찾아왔다. 내년 초 열릴 26회 LG배와 잉씨배도 결승 한 자리씩 확보했다. 몽백합배 하나에 그친 중국을 압도한다. 목진석 국가대표팀 감독을 만나 현황을 들어봤다.
-호조의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첫째 에이스 격인 신진서가 전성기에 진입했고, 둘째 프로들의 환경이 호전됐으며, 셋째 최정상권 기사들의 몰입도에서 한국이 중국을 능가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기사 환경 호전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
“프로들에겐 실전 무대 이상 중요한 게 없습니다. 동기 부여, 생계 해결, 실전 감각 유지 등 모든 게 걸려있죠. 올해 우리 바둑계는 기전 수효와 대국 기회 모두 증가한 반면 중국은 그 반대였습니다.”
-현 대표 팀의 5년 노력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표팀 조직 구성은?
“홍민표·박정상·조인선 코치가 각각 남자팀(18명), 여자팀(8명), 청소년팀(8명)을 관리합니다. 이영구 박영훈 두 기술위원은 어린 기사들의 실전 지도 사범을 맡고 있고요.”
-국제 대회에 대비한 훈련 방식은?
“상대 기사의 특성과 컨디션을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합니다. 코치들이 심야 인터넷망에 접속해 탐색하는 건 기본이고. 큰 승부를 앞둔 ‘선수’에겐 동급 레벨의 기사를 배정해 시간대, 제한 시간, 대국장 등 실제 대회와 똑같은 조건에서 반복 ‘맞춤 훈련’을 시킵니다.”
-한·중 간 현 판세를 어떻게 보나.
“투톱 대결에선 자신 있고, 최정예 5명 대결로 붙어도 우리가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상 규모로 싸우면 중국이 우세하죠. 한국 바둑이 날카로운 창이라면 중국은 두꺼운 방패라고 할까요. 전체적으론 50대 50의 균형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최근 한국에 연패한 데 충격받아 ‘신진서·박정환 연구회’를 만들고 훈련 시간도 대폭 늘렸다는 소문이 있다.
“신진서(21)는 실력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완벽 단계에 근접했습니다. 삼성화재배서 제동이 걸리고도 LG배서 부활한 게 증거죠. 박정환(28)은 지난해 위기를 맞았는데 완전 극복했어요. 나이 이야기가 나오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투톱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 보인다.
“변상일·신민준·이동훈 등과 ‘신·박’은 사실 간발의 차입니다. 특히 변상일은 지난 2년간 가장 발전한 기사로, 부담감만 떨치면 투톱에 근접했다고 봅니다.”
-청소년 팀에서 특히 주목 중인 기사는?
“2004년생 권효진과 05년생 한우진, 07년생 최민서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정책은?
“청소년 선수들은 만 18세가 되면 팀을 떠나는데, 작년부터 리그 1위자에게 국가대표팀 리그 참가권을 부여했더니 효과가 매우 크네요. 의욕을 북돋워주고 경쟁을 유도하면 반드시 발전합니다.”
-저변 확대 방안도 중요한데….
“어린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죠. 그런 차원에서 영재 입단 대회 상한 연령은 더 낮춰야 합니다. 현재의 15세는 영재로는 이미 늦은 나이에요.”
-끝으로 각오 한마디.
“10개월 남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우리 코칭스태프 임기 마지막 행사입니다. 내년 봄 최종 엔트리 결정까지 3단계 중 1단계를 진행 중이죠. 거안사위(居安思危·편할 때도 위태로움을 생각한다)의 자세로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