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달튼(35·한국 이름 한라성)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귀화 선수 7명 중 유일하게 지금까지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그는 27일부터 열리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출전권 획득에 도전한다. /신현종 기자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올림픽 최종예선전 무대는 노르웨이 오슬로. F조에 속한 한국(세계 19위)은 27일 오전 2시(이하 한국시각) 노르웨이(11위)와 첫 경기를 시작으로 덴마크(12위·27일 자정), 슬로베니아(20위·29일 오후 7시)와 차례로 맞붙는다. F조 1위 팀만 올림픽에 간다. 2018 평창 올림픽엔 개최국 자격으로 나섰던 한국은 이번에 사상 첫 자력 올림픽 진출에 도전한다.

전망은 밝지 않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는 평창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한 플레이를 펼쳐, 지고도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대중의 관심이 식기 시작하더니 작년 3월 코로나 사태 이후 완벽하게 얼어버렸다. 한·일·러 연합 리그인 아시아리그가 중단됐고, 실업팀 3곳 중 대명은 해체해 안양 한라와 하이원만 남았다. 정부 약속과는 달리 상무팀 창단도 안 돼 일부 대표 선수는 은퇴를 선언하고 입대했다. 평창 때 7명이던 귀화 선수들도 대부분 본국으로 돌아가 이제 골리 맷 달튼(35) 한 명만 남았다.

지도부 공백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8년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을 맡았던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올 1월 퇴임하고 최철원 마인트앤메인 대표가 후임 회장으로 당선됐지만, 대한체육회가 과거 ‘매값 폭행’ 논란을 문제 삼아 협회장 인준을 거부했고 소송전으로 번졌다. 협회장이 없어 새 집행부가 안 꾸려지니 국내 대회 일정 자체가 정해지지 않았다.

여기에 모임 제한과 빙상장 폐쇄까지 겹쳐 선수들은 1년 6개월간 스케이트 신어볼 기회조차 드물었다. 이번 대표팀 25명 중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주관 대회에 처음 나서는 선수가 무려 10명이다. 그중 5명은 대학생이다. 대학생들은 작년 봄 이후 경기에 나선 적이 없다. 성인 선수 중엔 6명이 ‘무소속’이다. 반면 유럽은 작년 하반기부터 자국 리그를 재개해 선수마다 최소 50경기 이상 뛰었다. 대표팀은 24일 덴마크와 벌인 평가전에서 2대11로 완패하는 등 지난 공백기의 여파를 쉽사리 극복 못 하고 있다.

악재만 더께처럼 쌓인 대표팀이지만 그래도 희망을 말하는 이유는, 한국에 맷 달튼이 있기 때문이다. 하키 최강국 캐나다 출신으로 세계 정상급인 러시아대륙간리그(KHL) 골리로 활약하다가 2014년 안양 한라에 입단했고 2016년 귀화한 달튼은 헬멧에 충무공 이순신 그림을 새겨넣을 만큼 한국을 사랑한다. 그도 작년 3월부터 한국에 못 오고 캐나다에서만 지냈다. 하지만 동네 빙상장에서 캐나다 프로 선수들과 꾸준히 연습 게임을 하고 웨이트트레이닝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대표팀에 소집될 날을 위해 부지런히 몸을 다졌다.

달튼은 최근 인터뷰에서 “태극 마크는 내게 큰 의미가 있고, 언제나 자랑스럽다. 대표팀 동료들과 오랜만에 만나 매우 신났다”면서 “주유소가 두 개뿐인 캐나다 시골에서 자랐던 내가 지금까지 한국 대표팀 일원으로 일궈낸 성취에 대해 운명적인 자부심을 느낀다. 평창의 빙판에서 느꼈던 감동을 한국 후배들에게도 꼭 전해주고 싶어서 이번에 모든 힘을 쏟아붓고 싶다. 한국을 위해서라면 어떤 역할이든 맡을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도 현실의 엄혹함은 안다. 달튼은 “한국엔 IIHF 주관 국제대회를 이번에 처음 뛰어보는 선수가 많고, 우리 동료들은 경기를 거의 못 뛴 데 비해 다른 나라들은 경기 감각이 올라와 있다. 쉽지 않은 일전들이 되겠지만 스포츠에서 당연한 승리나 패배는 없다. 특히 얼음판은 미끄럽다”고 했다.

달튼이 말을 보탰다. “저는 평창 올림픽만 뛰려고 귀화한 게 아니라, 한국 아이스하키를 정말로 사랑해서 태극마크를 선택했습니다. 대표팀이 저를 아직도 필요로 한다는 게 기쁘고, 제 모든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하면서 역사를 꼭 이어가고 싶습니다. 보나 마나 질 거라고 외면하지 마시고, 한국 선수단에게 많은 응원을 보내주세요. 상황이 어떻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이순신 장군 아닙니까? 제가 헬멧에 새겨넣은 이순신 장군처럼, 그 정신으로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