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복싱영웅’ 매니 파퀴아오(43)의 챔피언 재등극은 무산됐다.

하지만 파퀴아오의 경기는 ‘세기의 경기’라고 해도 과언 아닐 정도였고, 그의 복싱 투혼은 여전했다.

파퀴아오가 우가스 안면을 강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파퀴아오는 2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요르데니스 우가스(35·쿠바)와 WBA 슈퍼웰터급 타이틀 매치에서 0대3 판정패했다.

경기는 파퀴아오의 파이팅 넘치는 공격에 우가스의 방어적 대응 성격으로 치러졌다. 파퀴아오의 접근전에 우가스는 물러서질 않고 맞대응했다. 매 라운드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저돌적인 성향의 파퀴아오는 8살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12라운드 내내 공세를 이어갔다. 우가스는 체격적인 우세에도 불구하고 가드를 올린 채 긴 리치를 활용한 잽으로 파퀴아오의 공세를 막아냈다.

경기는 매 라운드 접전을 이어갔다. 1~5라운드 육박전 분위기가 계속됐지만 6라운드는 우가스가 다소 우세했고, 7라운드엔 파퀴아오가 우가스 안면에 유효타를 적중시키며 백중세를 이뤘다.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승패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파퀴아오는 물러서질 않고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다. 10라운드까지 유효타는 우가스, 공격적인 면이나 파워면에선 파퀴아오가 앞섰다.

파퀴아오가 코치의 지시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12라운드 경기 중 승부는 11라운드와 12라운드에서 갈렸다. 종반전에 접어들면서 우가스의 지능적인 면이 돋보였다. 파퀴아오의 움직임이 둔화 조짐을 보이자 우가스가 이를 파고든 것이다. 우가스는 강력한 라이트 훅을 파퀴아노의 안면에 수차례 강타하면서 유리하게 이끌었다.

결국 경기는 우가스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파퀴아오에 점수를 줬다. “43세 나이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공격적인 복싱을 한 그는 진정한 복서”라고 평했다. 파퀴아오는 이날 패배로 프로 통산 62승 2무 8패의 전적을 기록했다. 우가스는 27승 4패.

파퀴아오는 2019년 WBA 슈퍼웰터급 챔피언이자 역대 최고령 슈퍼웰터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하지만 타이틀 방어전을 치르지 않아 챔피언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날 파퀴아오의 경기는 2년 만의 복귀전이자 고별전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세계 복싱팬들의 이목이 더욱 집중됐다.

파퀴아오가 필리핀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파퀴아오는 내년 5월 치러지는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의 딸’과 대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76) 필리핀 대통령의 장녀 사라 두테르테에 대적할 상대로 파퀴아오(43)가 강력한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