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 붙인 日극우단체 차량 - 일본 극우 단체가 18일 올림픽선수촌 인근 도로에서 차량에 설치된 확성기를 이용해 시위를 하는 모습. 이 단체의 한 관계자는 ‘혐한 구호’를 외치며 한국 기자에게 달려들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일본의 한 극우 단체가 18일 낮 도쿄 하루미 지역의 올림픽 선수촌 앞에서 기습 시위를 했다. 차량 위쪽엔 ‘북방 영토 탈환’이라는 문구와 함께 일장기와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가 붙어 있었다. 차량 옆쪽엔 국수청년대(国粹靑年隊)라는 단체명이 선명했다. 한국의 한 사진 기자가 이를 촬영하자, 밴에서 한 남성이 내리더니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달려들었다. 그는 경계 근무 중이던 경찰에 둘러싸여 제지당했다. 하지만 “강코쿠징(한국인)” “바카야로(바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극우 단체의 시위는 며칠 전부터 시작됐다. 14일 한국 선수단 숙소동에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리자 발끈한 것이었다. 대한체육회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선조에게 올린 장계 중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사옵니다’라는 문구에서 응원 아이디어를 따 왔다. 일본 언론은 ‘반일 정서와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며 문제 삼았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우리 선수단에게 ‘올림픽과 관련된 모든 장소에서 어떠한 시위와 정치적·종교적·인종적 활동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올림픽 헌장 50조를 들어 현수막 철거를 요청했다. 대한체육회는 이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경기장 내 욱일기 응원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IOC의 동의를 얻었다.

이순신 대신 호랑이 걸었소 - 도쿄올림픽 선수촌의 한국 숙소동에 한반도 모양의 호랑이 그림과 ‘범 내려온다’라는 글이 새겨진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순신 장군의 기개를 연상시켰던 현수막에 이어 우리 선수단에 힘을 불어넣으려는 의도가 담겼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체육회는 17일 오전 ‘이순신 패러디' 현수막을 떼고 ‘팀 코리아(Team Korea)’, ‘범 내려온다’라는 현수막을 새로 걸었다. ‘범 내려온다’는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 판소리를 팝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밴드 이날치의 곡 제목이기도 하다. 한국관광공사가 홍보 영상에 이날치가 부른 이 노래를 배경 음악으로 써 유튜브 등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배 열두 척 패러디’는 막을 내렸지만, 욱일기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은 여전하다. 아사히신문은 17일 “욱일기 디자인은 일본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고, 정치적인 주장은 담겨 있지 않아 경기장 반입 금지 품목이 아니다”라는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의 입장을 전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한국과 IOC의 협의 내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우리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