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기사들이 승패 결과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것은 그것이 명예와 생계 모두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둑은 다른 승부 종목에 비해 기록 구분이 애매한 경우가 유독 많아 공정 관리에 애를 먹는 세계다. 그 사례들을 모아 보았다.

한중일 3국의 공식전 처리 기준이 달라 기록 통일성 차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사진은 지난해 박정환(오른쪽)과 커제가 겨룬 하세배 결승전 복기 장면. /한국기원

▨프로·아마추어의 간극

프로가 아마추어와 둔 바둑은 당연히 비공식 처리해야 할 것 같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국내외 다수 프로 대회는 아마 강자들에게 좁지만 확실하게 출전 문호를 개방한다. 아마추어가 프로의 숲을 뚫고 세계 본선에 나가 활약하는 건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한국기원은 2018년 3월 경기 분류 규정 3조에 “아마추어와의 대국 결과는 비공식전으로 인정한다”는 문구를 신설했다. 하지만 이는 프로가 아마에게 패배 시 따르는 랭킹 점수 폭락과 체면 손상을 막아주려는 배려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아마추어의 출전과 전적을 공식 처리하면서 결과를 프로 성적에선 빼는 건 모순이란 지적이 나온다.

▨각국 기원의 고무줄 잣대

지난해 한국 150위 문민종(2003년생)은 중국 2000년생 유망주 3명(당시 자국 13·16·22위)을 연파하고 글로비스배서 우승했다. 엄청난 쾌거에도 문민종의 순위가 여전히 100위권 안팎을 오간 것은 이 대회가 비공식 치리됐기 때문. 주최국 일본은 구미(歐美)권 출전자 몇 명의 원격 대국이 자택서 진행됐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매년 초 중국에선 하세배(賀歲杯)가 열린다. 한 중 일 3국 1인자들만 초청하는 대회로, 규모는 작지만 행사의 격(格)과 거액 상금 덕에 주목받는 이벤트다. 중국은 그러나 이 대회를 비공식 기전으로 분류한다. 한국이 신진서 대 박정환의 ‘수퍼매치 7번기’(2020년), 이세돌 대 커제(2018년 해비치·2019년 블러드밴드) 등 단발성 대회를 모두 공식전 처리하고 랭킹 점수에 반영한 것과 대비된다.

▨남녀 2명씩 배출되는 다승왕

일반(혼성) 기전에만 출전하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활동 공간(여자 대회)을 따로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의 기력이 아직은 남성보다 뚜렷이 뒤져 있는 게 현실이다. 성적이 여러 형태로 모든 기사들의 이해에 반영되다 보니 1승의 등가성(等價性) 시비가 불거지곤 한다.

한국기원은 고심 끝에 2017년부터 다승·승률·연승 등 기록 부문을 남녀 따로 집계해 발표하고 있다. 다승왕이 연간 2명 배출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랭킹도 남녀 혼성과 여자부로 갈라 매달 2가지가 발표된다. 남녀가 따로 자격 시험(입단 대회)을 치러 진입 후 일부만 같은 무대서 활동하고 성적 통계는 2원화한 체제는 아무리 봐도 기형적이다.

▨기사회 리그도 혼선

올해 초 프로기사협회가 창설한 프로리그도 논란에 휩싸여있다. 기사들의 대국 기회를 대폭 늘렸고, 박민규 안정기 등 신예 스타도 대거 발굴해 성공적 기획으로 호평받은 행사다. 하지만 협회는 프로리그 성적을 승단 및 랭킹엔 반영하되, 연말 대상(大賞) 다승·승률·연승상 집계에선 빼기로 최근 결정했다.

대국 수가 너무 많고 임의로 상대 기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결정 이유였다. 그러나 기준 미달이라면 승단·랭킹 점수에서도 빼는 게 합리적이다. 대상(大賞) 집계엔 시니어 등 각종 제한 기전도 포함돼 있어 프로리그의 권위를 스스로 내친 셈이 됐다. 바둑계는 공식·비공식전 구분, 남녀 균형 장치, 대상(大賞) 포함 범위 등 기록 집계 문제들을 공정성 차원에서 재정비할 시점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