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보>(50~58)=신민준이 이날 챙겨온 지참물 중엔 ‘호랑이 고약’도 있었다. 타박상 치료용으로 환부에 바르는 연고인데, 방향 성분이 함유돼 냄새를 맡으면 각성 효과도 있어 평소 중국 기사들이 애용해왔다. 신민준은 “1국 때 커제가 사용하는 걸 보고 나도 구입했는데 효과를 봤다. 집중이 안 될 때 코에 갖다대면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흑이 ▲로 응수를 물은 장면에서 50은 정수. 흑이 참고 1도 1로 바로 움직이는 것은 6이 호수여서 흑이 안 된다. 51은 이세돌·알파고전 때도 등장했던 유명한 ‘5선 어깨짚기’. 하지만 AI 세계에서 알파고의 ‘새카만 후배’ 격인 카타고는 51로 ‘가’를 추천했다. 실속을 챙기란 의미다.

백의 우상귀 침투는 이제 필연. 신민준은 29분의 장고를 거쳐 52로 뛰어든다. 56까지 힘싸움이 볼만하다. 57로는 왜 ‘나’에 못 막았을까. 참고 2도 22까지 외길로 패가 되는데, 이후 A 쪽 등에 백의 팻감이 많아 흑의 무리란 결론이다. 58로 호구 쳐 살얼음판 같은 싸움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