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보>(121~126)=커제는 인간계를 대표하는 고수다. 그가 실전에서 사활(死活)에 착오를 일으키는 경우는 여간해선 없다. 인간 최정상들을 2점 이상 접는다는 인공지능(AI)의 사활 미스는 더더욱 구경하기 힘들다. 그런 희귀한 순간이 여기서 등장한다. 결승 2국뿐 아니라 이번 3번기 전체를 통해 가장 극적이자 패권의 향방을 가른 결정적 장면이다.
좌변에서 중앙으로 쫓겨나온 흑 대마 사활이 현 국면의 포인트. 안형(眼形)을 찾아 121로 꼬부렸을 때 신민준이 흑 4점을 때려낸 122가 문제의 한 수다. 순간 귀신도 때려잡는다는 AI의 백 기대 승률이 20%포인트 이상 폭락했다. TV, 인터넷 등에서 해설하던 프로들도 “123 자리에 두어 계속 공격할 찬스”라며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천하의 AI도, 해설자들도 틀렸다. 122는 단순히 8집 끝내기가 아니라 흑 대마의 눈[眼]을 없앤 호수였다. 참고 1, 2도 모두 흑 대마는 좌변에 1집도 없어 중앙에서 2집을 마련해야만 산다. 훗날 커제는 “패맛이 있는 걸로 착각했다.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대세가 기운 뒤였다”고 탄식했다. 흑은 아직 미몽(迷夢)에 빠진 채 125까지 동분서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