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킴' 김영미·김초희·김경애·김선영·김은정 선수(왼쪽부터). /김동환 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탄생한 스타를 꼽으라면 대한민국 컬링 여자대표팀 ‘팀킴’(Team Kim)이 빠질 수 없다. 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 5명은 컬링 불모지에서 아시아 최초로 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연맹으로부터 제대로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소속팀 경상북도체육회에게 의존하는 열악한 상황에서 반전을 이끌어 낸 것이다. 대표팀 선수 성씨가 전부 김씨라는 사실도 화제가 됐다. 주장 김은정이 빙판위에서 냈던 ‘영미야!’는 전국민적인 유행으로 번졌다.

그러나 그해 중후반부터 팀 킴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림픽 직후 3월 열린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에서 5위로 마감했다. 8월에는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에서 춘천시청(스킵 김민지)에게 10대3으로 패배하며 중국 컬링월드컵 티켓을 내줬다.

2018년 11월 15일 ‘팀 킴’ 김경애, 김영미, 김선영, 김은정, 김초희(왼쪽부터)가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팀 킴의 탈락에는 여러 이유가 존재했다. 먼저 후배들이나 경쟁자들이 팀킴의 평창 올림픽 선전에 자극받아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반면 팀킴은 올림픽 이후 각종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훈련에 집중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 중 코치진과의 갈등이라는 더 큰 악재가 닥쳤다.

팀킴 5명은 2018년 11월 6일 부당한 처우를 당해 고통받고 있다는 A4용지 13장 분량의 호소문을 대한체육회 앞으로 보냈다. 국가대표 선발전 패배의 충격 뒤 약 2달만에 나온 호소문이었다.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김민정·장반석 감독(부부)이 언제부터인가 사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우리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저희들은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는 내용이 써 있었다.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은 아무도 컬링에 대해 알지 못했던 2001년 경북체육회 컬링팀을 창단했고, 2006년 국내 최초의 국제 규격 컬링 경기장인 경북컬링훈련원(의성) 건립을 주도했다. 한국 컬링의 사상 첫 은메달에 대한 큰 공로를 인정받던 때라 충격도 더욱 컸다.

팀킴은 호소문을 통해 김 전 부회장이 올림픽 전후로 선수들에게 폭언·훈련 방해·사생활 통제를 했고, 선수들이 딴 국제대회 상금을 한 번도 배분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니들이 잘나서 이런 연봉을 주는 게 아니다. 우리가 해준만큼 너희가 못하면 X신이다’ ‘캠코더나 찍으라고 니 연봉 주는 거 아니다. 돈값을 해라’ ‘연예인 병에 걸렸다’는 폭언도 했다.

또 김 전 부회장이 자신의 딸인 김민정 전 대표팀 감독을 선수로 올림픽에 출전시키려고 후보 선수 김초희를 엔트리에서 제외하려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팀 킴은 “김 전 부회장과 두 감독님 아래에서 운동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기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안정된 훈련을 할 수 있게 팀을 이끌어줄 진실한 감독단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해 12월 김 전 부회장은 “저와 우리 가족은 컬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개월 뒤인 2019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국가대표 호소문 계기 특정 감사’ 결과 발표를 통해 팀킴의 호소문이 대부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2019년 2월 12일 전국동계체전 여자 4강전을 앞두고 연습 중인 (왼쪽부터) 김초희, 김선영, 김영미. /연합뉴스

결과적으로 팀킴은 2년 가까이 컬링에 전념하지 못했다. 문체부 특정 감사에 여러 차례 출석하는 등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게다가 2019년 주장 김은정의 출산 등으로 인해 팀을 꾸리기가 어려워지면서 2018~2019년에는 춘천시청, 2019~2020년에는 경기도청에게 국가대표 자리를 내줬다.

팀킴은 지난해 2월이 돼서야 코리아 컬링리그 초대챔피언에 오르며 상승세를 탔다. 11월에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 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3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낼 준비를 마쳤다.

대한컬링경기연맹. /뉴시스

하지만 악재는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연맹의 밥그릇 싸움이 발목을 잡았다. 대회를 1개월 가량 앞둔 2월 현재 팀킴은 빙판 위에서 훈련 조차 못하고 있다. 10년 넘게 몸담았던 경북체육회와의 재계약이 연봉 문제로 결렬되면서다.

이럴 때는 연맹이 나서서 국가대표 팀의 훈련 일정, 장소 등을 도와야 하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한컬링경기연맹 자체가 내부 갈등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연맹은 지난달 14일 제9대 컬링연맹회장 선거에서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이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으나, 선거인단 구성 절차의 하자를 이유로 선거 결과를 무효라고 선언했다. 대한체육회가 컬링연맹에 선거결과 무효 결정을 취소하라고 권고했는데도 컬링연맹은 여전히 이에 불복하고 있다.

연맹의 내부갈등 속에 팀킴은 관리도 받지 못하면서 집에서 웨이트 트레이닝 위주로 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대표가 동호회처럼 ‘홈트’ 중인 상황에 놓인 것이다. 연맹은 ‘행정력을 선거에 전부 소진해 국가대표를 지원할 여력이 없다’는 식의 엉뚱한 해명을 내놓고 있다.

팀킴의 지난 3년은 ‘흙길’이었다. 그속에서도 1년 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다시 메달을 목에 걸 기회를 잡았지만, 이번엔 컬링연맹 내홍으로 다시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