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NFL(미 프로풋볼) 챔피언결정전 ‘수퍼볼(Super Bowl)’이 열리는 일요일엔 추수감사절처럼 파티를 열어 가족·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작년엔 약 1억명의 미국인이 TV로 수퍼볼을 지켜봤다.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의 대결로 펼쳐지는 이번 수퍼볼(한국 시각 8일 오전 8시 30분)은 전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작은 파티를 열더라도 음식과 식기를 각자 챙기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박수와 발 구르기로 응원을 대신하라”고 권고했다. 미국 내 크고 작은 술집에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 고래고래 고함 지르던 모습은 올해 찾아볼 수 없을 것 같다.

◇ 코로나가 바꿔놓은 수퍼볼 광고

수퍼볼은 경기만큼 중간중간 내보내는 광고도 화제다. 미국 최대 이벤트를 홍보 무대로 활용하려는 각 기업은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는 광고를 앞다퉈 내보낸다. 수퍼볼 중계방송사인 미국 CBS는 “30초 광고 단가가 550만달러(약 62억원)”라고 밝혔다.

이번 수퍼볼 광고 리스트를 보면 코로나가 광고주 세대교체를 불러왔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미국 경제 매체인 CNBC는 “올해 수퍼볼에 처음으로 등장한 광고주들은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호황을 누린 기업들이 많다”고 전했다.

온라인 음식 배달 업체인 ‘도어대시’와 ‘우버 이츠’, 인터넷 도박 사이트 ‘드래프트 킹스’, 무료 증권 거래 앱인 ‘로빈후드’, 온라인 중고차 거래 사이트인 ‘브룸’ 등이 이번 수퍼볼에 처음으로 광고를 내보낸다. 모두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업무가 일상화되면서 성장한 기업들이다.

반면 수퍼볼의 ‘터줏대감’인 버드와이저와 코카콜라, 펩시 등은 이번에 빠졌다. 38년 만에 처음으로 수퍼볼 광고를 하지 않는 버드와이저는 “우리 브랜드는 미국의 가치와 연결돼 있다. TV 광고에 책정된 예산을 코로나 백신 접종 홍보 캠페인에 쓰겠다”고 밝혔다. 수퍼볼 광고의 ‘큰손’이었던 현대·기아차도 올해는 광고를 내지 않기로 했다.

이번 수퍼볼은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의 홈구장인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수퍼볼 개최지는 미리 정해 놓는데, 공교롭게도 버커니어스가 결승까지 올라 홈에서 수퍼볼을 치르는 사상 첫 팀이 됐다.

7만5000여명을 수용하는 스타디움엔 코로나 방역 지침에 의해 2만5000명만 들어온다. 입장권 중 7500장은 코로나 치료와 예방에 힘쓴 의료 관계자들에게 무료로 돌아간다. NFL 역사상 가장 적은 관중이 들어오는 수퍼볼이 되면서 티켓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평균 티켓 값이 역대 최고인 7589달러(약 854만원)까지 올라갔다.

◇놓쳐선 안 되는 꿈의 매치업

아무리 코로나라도 이번 수퍼볼에 쏟아지는 관심을 꺾을 순 없다. 미국 전역이 흥분하는 꿈의 매치업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6회 우승에 빛나는 레전드 쿼터백 톰 브래디(44·탬파베이 버커니어스)와 최연소 수퍼볼 2연패(連覇) 쿼터백에 도전하는 패트릭 머홈스(26·캔자스시티 치프스)가 맞붙는다. 이미 전설인 자와 전설로 발돋움하려는 자의 대결이다. 유명 쿼터백 출신의 해설가 토니 로모는 “50년 뒤에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경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수퍼볼 최다 출전(9차례) 및 최다 우승(6회) 기록을 보유한 브래디는 10번째 수퍼볼 무대에 선다. 스무 시즌 활약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를 떠나 만년 하위팀 버커니어스로 유니폼을 갈아입고 치른 첫 시즌에 우승 기회를 잡았다. NFL 최고 전략가로 통하는 빌 벨리칙(69) 패트리어츠 감독의 품을 떠나 마흔네 살에 이뤄낸 성취라 더욱 놀랍다.

브래디가 2002년 수퍼볼 첫 우승을 거머쥘 당시 일곱 살이었던 머홈스는 수퍼볼 2연속 우승을 노린다. 그동안 26세 생일 이전에 수퍼볼 반지 두 개를 차지한 쿼터백은 없었다. 올 시즌 플레이오프 두 경기에서 인터셉트 없이 580야드를 던진 머홈스를 두고 전성기의 브래디보다 낫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버커니어스의 러닝백 르숀 매코이는 “브래디는 나이 든 마이클 조던과 같다. 먼 거리를 날아올라 덩크를 할 순 없지만 페이드어웨이슛으로 상대를 꺾을 수 있다”며 “머홈스는 젊은 코비 브라이언트다. 그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